울산 남부소방서 ‘인명피해 0’의 기적
실신 상태 주민 들쳐업고 1층까지 뛰어아이는 이불에 감싸 보조마스크 씌우고
30㎏ 넘는 장비 멘 채 7~8번 계단 오가
“당시엔 생명 구해야 한단 생각만 들어
연기·불길 속 주민들 침착하게 따라줘”
울산 남부소방서 구조 1팀 대원들. 왼쪽부터 조재민 소방사, 김진우 소방장, 김호식 소방교, 윤한희 소방위(팀장), 정기석 소방교, 천현수 소방교, 김지형 소방사.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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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울산 남부소방서 구조대에서 만난 구조 1팀(7명) 소방관들은 지난 8일 밤 남구 달동 주상복합 아파트 화재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날 불은 15시간 40분 만에 진화될 정도로 컸으나 소방관들의 헌신으로 단 한 명의 사망자와 중상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윤한희(46·소방위) 1팀장은 “팀원들과 28층 대피층에 도착하니, 33층에서 못 빠져나온 사람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다시 33층에 올라가 잠긴 현관문을 부수고 들어갔다”면서 “쓰러져 있던 3명 중 상태가 심각한 1명을 김호식 팀원이 업고 1층으로 내려갔고, 다른 대원들은 의식이 있던 2명과 함께 옥상 헬기장으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그는 간신히 옥상 헬기장에 도착했으나 강풍 등으로 더 기다릴 수 없어 3팀에서 구조한 23명 등 입주민 25명을 데리고 다시 1층으로 대피했다고 말했다. 소방대원들은 주민 4~5명 사이에 구조대원 1명씩을 배치해 부상자를 부축하거나 건물 내부에서 나오는 연기와 불길을 차단하면서 1층까지 무사히 탈출했다고 했다.
화재가 발생한 울산 남구 주상복합아파트 이재민들의 임시숙소가 마련돼 있는 스타즈호텔 3층 로비 게시판에 11일 이재민들이 소방·경찰관들에게 전하는 감사의 손편지를 붙여 놓았다.
울산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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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팀장은 “팀원들이 30㎏ 넘는 장비를 갖추고 이날 밤 3층부터 33층까지 7~8번은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하면서 완전히 탈진했었다”면서 “그래도 혹시 탈출하지 못한 주민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정신력으로 버티었다”고 말했다. 구조 1팀 대원들은 “이런 큰불에도 중상자나 사망자가 없었던 것은 주민들이 신속히 대피를 했고, 미처 탈출하지 못한 주민들도 구조대원들을 잘 따라줬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공을 주민들에게 돌렸다. 한편 이번 주상복합 아파트 화재에는 소방대원 1550여명이 투입됐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2020-10-12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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