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시 ‘공소권 없음’ 법적 강제력 없어…‘자동 종결’ 관행 깰 기회될까

사망 시 ‘공소권 없음’ 법적 강제력 없어…‘자동 종결’ 관행 깰 기회될까

이근아 기자
입력 2020-07-14 21:14
수정 2020-07-15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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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도 수사 요구 빗발

“성추행 조사 당연… 피해 묵살도 다뤄야”
“고소장 유출·서울시 조치 적정성 수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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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이 15일 서울시청에서 ‘직원 인권침해 진상규명에 대한 서울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0. 7. 15 박지환 기자popocar@seoul.co.kr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이 15일 서울시청에서 ‘직원 인권침해 진상규명에 대한 서울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0. 7. 15 박지환 기자popocar@seoul.co.kr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 A씨가 피해 사실을 폭로한 뒤 이 사건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A씨 측도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피고소인이 부재하는 상황이라고 해서 사건의 실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며 진상을 제대로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 법조계에서도 서울시 등 다른 기관이 진상규명을 도맡아야 한다는 주장과 수사기관이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 등이 나온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 전 시장의 사망으로 형사 사법 절차는 ‘공소권 없음’으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대부분의 법조인들 역시 “형사 사법 절차는 진상규명보다 처벌에 목적이 있는 데다가 피고소인의 방어권 등을 고려해야 하므로 수사기관상 조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끝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이다. 성폭력 피해 국선변호사인 신진희 변호사는 “강제력이 있는 경찰과 검찰에 의한 수사가 어려운 상황이라 사건의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히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서울시나 정부 등 제3의 주체가 진상규명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성 변호사는 “법률적 의미 때문에 수사가 어렵더라도 피해자와 가해자의 소속기관이자 책임 주체인 서울시만큼은 진상규명의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영재 대구지법 판사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법적 절차에 의하든 의하지 않든 진실이 밝혀지고, 피해 고발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그에 합당한 피해 회복과 재발 방지 조치를 취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수사기관이 끝까지 수사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서혜진 변호사(더라이트하우스 법률사무소)는 “검경이 성추행에 대한 조사는 물론 이 피해를 묵살한 사람들에 대한 조사 등을 여전히 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의 죽음과 함께 실체도 밝히지 못한 채 사건이 종결되는 좋지 않은 관행을 끊어낼 기회”라고 말했다.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수사기관은 고소인이 제출한 증거물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검찰은 고소장 유출과 서울시의 조치 적정성 등에 대해 수사할 책무가 있다”고 밝혔다.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정교모)도 “피의자가 사망한 경우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처리하도록 하는 규정은 법무부령인 검찰사건사무규칙에 있지만 법적 강제력이 없다”면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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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2020-07-1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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