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 아파트 직원 죽음 뒤엔 수년간 ‘눈먼 돈’ 횡령 있었다

노원 아파트 직원 죽음 뒤엔 수년간 ‘눈먼 돈’ 횡령 있었다

입력 2020-01-16 02:04
수정 2020-01-16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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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관리비 횡령 사건 ‘쳇바퀴’ 왜?

민원 수준 따라 우선 감사 대상 정해져
실제로 감사받는 건 1년에 10~20곳뿐
몇몇 쉬쉬하면 감사 대상 될 확률 낮아져
비리·부실 단지당 17건꼴… 감시 ‘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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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노원구, 강남구 등의 아파트 관리비 횡령 의혹 사건이 연달아 드러나고 직원과 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벌어지면서 그 운용 실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관리비 횡령 의혹은 수년째 반복되지만, 이를 투명하게 감시할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아 근본적인 해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15일 노원구는 구와 서울시가 지난 6~10일 노원구 A아파트를 대상으로 진행한 회계감사 결과 최근 10년간 장기수선충당금 9억 9000만원이 횡령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횡령 추정액 중 2017~2019년 사라진 3억 4000만원은 관리사무소 경리직원의 개인 계좌에 입금된 것으로 확인됐고, 나머지는 수취인이 불명확해 경찰의 계좌 추적 결과를 참고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26일 이 아파트 경리직원은 관리소장에게 ‘미안하다’는 문자메시지를 남기고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메시지를 받은 소장도 나흘 뒤 근무지인 아파트 지하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강남구 아파트에서도 전직 관리사무소장 5명이 4억 2000여만원을 횡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해당 아파트 동대표회의가 지난 2일 이들을 검찰에 고소한 바 있다.

아파트 관리비 횡령 의혹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관리비가 투명하게 공개, 감시되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2014년부터 맑은 아파트 만들기 사업을 진행하며 각 구청에서 아파트 관리비에 대해 감사를 벌일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 현재 구청에서 실시하는 아파트 관리 실태조사는 300가구 이상 아파트단지를 대상으로 하는데, 그나마 실제 조사는 1년에 10~20개 아파트단지에서만 진행되고 있다.

예컨대 노원구에는 총 243개 단지가 있지만 300가구 이상인 아파트단지는 116개뿐이다. 이 중에서도 2014년부터 지금까지 감사가 이뤄진 단지는 68개에 불과하다. 문제가 된 A아파트는 그동안 감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구청 관계자는 “감사 대상 아파트는 민원 수준에 따라 정해진다”며 “관리비 관련 민원이 구청으로 들어오면 먼저 감사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다 보니 아파트 관리비는 감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지난해 서울시가 발표한 2018년 아파트관리 합동감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내 20개 단지에서 적발된 비리·부실 건수는 338건이었다. 단지당 17건꼴이다. 입찰요건이 충족되지 않은 업체에 발주한 사례 등 ‘공사·용역’ 분야가 120건으로 가장 많았고 회계가 제대로 맞지 않는 등의 ‘예산·회계’ 분야가 94건으로 뒤를 이었다.

송주열 아파트선진화운동본부 회장은 “현재 아파트관리 비리를 견제할 수 있는 기능 자체가 거의 없다”며 “주민이 문제를 인지했을 때 공론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관리규약에 포함하는 등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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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1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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