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엘사·기생수”… 어른들의 차별 바이러스에 감염된 아이들

“넌, 엘사·기생수”… 어른들의 차별 바이러스에 감염된 아이들

입력 2020-01-05 22:24
수정 2020-01-06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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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사이 ‘빈자 혐오’ 단어 재등장

아이들에게 투영된 어른들 인식 드러나
자신보다 덜 가진 자 향한 차별 공고화
잘사는 동네 초교 배정받으려 소송도
임대아파트 연상 단어 개명 사례 여럿
“차별하며 사회적 박탈감 보상받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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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교사인데, 아이들이 서로 ‘엘사’라길래 영화 캐릭터 이름인 줄 알았는데 ‘영구 임대아파트에 사는 아이’를 줄인 말이라네요. 기초생활수급자를 줄여서 ‘기생수’라고도 불러요.”(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빌거’(빌라에 사는 거지), ‘○거’(임대아파트에 사는 거지)에 이어 만화영화 ‘겨울왕국’의 주인공 이름에서 따온 표현이 등장했다. 주거 형태에 따라 계급을 구별 짓는 문화가 좀체 사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 아이들이 장난처럼 쓰는 이런 말에는 어른들의 ‘빈자 혐오’가 그대로 담겨 있어 사회 갈등을 부추긴다는 우려가 크다.

5일 한 누리꾼은 ‘엘사’ 관련 글에 “남편이 우리 애를 주공(아파트)에 사는 아이들과 못 놀게 해야 한다고 말해 놀랐다”고 썼고, 또 다른 누리꾼은 “내 돈 들여 맹모삼천지교 하겠다는 게 문제냐”고 적었다. 경제 능력에 따라 계급을 나누고 가정 형편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어울리는 것을 당연시하는 풍조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처럼 자신보다 덜 가진 자를 향한 차별은 점점 더 공고해지고 있다. 지난달 서울에서 유일한 탈북민 대안학교인 여명학교는 주민들의 반대로 은평뉴타운 이전 계획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8월 서울 양천구 목동파크자이 아파트 주민들은 인근 임대아파트 아이들이 주로 다니는 은정초등학교 배정을 거부하며 교육청에 행정소송을 냈다가 패소했다. 당시 주민들은 학교에서 ‘전자파가 나온다’며 안전을 문제 삼았지만, 실상은 경제력이 비슷한 목동아파트 아이들과 같은 학교로 배정받기 위해 소송을 냈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2018년 서울시가 추진하는 ‘2030 역세권 청년임대주택’ 사업 부지로 선정된 강동구, 영등포구 인근 주민들은 청년임대주택을 ‘빈민 아파트’라고 표현하며 구청과 시청 앞에서 반대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런 인식 탓에 최근에는 아파트 이름에서 임대아파트를 연상시키는 단어를 빼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경기 성남시에 있는 위례부영사랑으로 아파트는 이름에서 ‘부영’을 빼고 ‘위례더힐55’로 개명했다. 부산 동구 범일동 오션브릿지와 대구 북구 칠성아파트는 원래 이름에서 임대아파트 브랜드 이름을 뺐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가난한 사람과 분리해서 살고 싶어 하는 문화적 구별 짓기 심리가 작동한 것”이라며 “중산층이 사회에서 느낀 박탈감에 대한 보상심리로 자신보다 못한 사람을 차별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명문대 입학, 대기업 취업, 강남 거주 같은 위계질서는 한국 사회에 여전하다”며 “엘사, 기생수 같은 말은 이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을 차별하면서 그들만의 네트워크를 쌓는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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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2020-01-0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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