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대원이 취객 구하다 폭행 당해 숨졌는데 위험직무순직 아니라는 정부

구급대원이 취객 구하다 폭행 당해 숨졌는데 위험직무순직 아니라는 정부

오세진 기자
입력 2019-02-19 15:55
수정 2019-02-19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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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2일 술에 취한 40대 남성이 전북 익산시 원광대병원 입구에서 익산소방서 구급대원에게 폭행을 가하는 장면. 결국 이 구급대원은 이 폭행 사건 이후 뇌출혈로 사망했다. 전북소방본부 제공
지난해 4월 2일 술에 취한 40대 남성이 전북 익산시 원광대병원 입구에서 익산소방서 구급대원에게 폭행을 가하는 장면. 결국 이 구급대원은 이 폭행 사건 이후 뇌출혈로 사망했다. 전북소방본부 제공
지난해 4월 구급 활동 중에 취객한테 폭행을 당한 뒤에 사망한 구급대원에 대해 정부가 위험직무순직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려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공무 수행 중에 사망했는데 어떻게 순직이 아니냐”면서 정부의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인사혁신처는 지난 15일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를 열고 고 강연희(사망 당시 51) 소방경의 유족이 청구한 위험직무순직 유족급여 지급을 불승인했다.

고인은 지난해 4월 2일 전북 익산역 앞 도로에서 술에 취해 쓰러진 윤모(48)씨를 119구급차에 태워 병원으로 옮기다가 폭행을 당했다. 윤씨는 고인의 머리를 주먹으로 대여섯 차례 때리고 “○○년, XX를 찢어버린다”면서 욕설과 폭언을 퍼부었다. 이 사건 이후 고인은 불면증·어지럼증 등에 시달리다가 같은 해 5월 1일 뇌출혈로 사망했다. 당시 정부는 고인을 포함해 경찰·소방공무원들이 직무수행 중 폭행을 당하는 일이 많다면서 “제복공무원도 똑같은 국민으로, 그들의 인권도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현행 공무원재해보상법은 ‘위험직무순직 공무원’을 생명과 신체에 대한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직무를 수행하다가 재해를 입고 그 재해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사망한 공무원으로 정의하고 있다. 소방·경찰공무원, 대통령경호처·국가공무원 직원, 교도관, 산림항공기 조종사 등이 그 대상이다.

그런데 인사혁신처는 강 소방경이 당한 폭행과 그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연계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기존에 위험직무순직이 인정된 사례를 보면 경찰관이 범인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흉기에 찔려 숨지거나, 물에 빠진 사람을 구조하던 소방정이 뒤집혀 그 안에 타고 있던 소방관이 순직한 경우 등이었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19일 전했다. 즉 강 소방경의 직무는 ‘고도의 위험’에 속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동료 소방관들은 길에 쓰러진 주취자를 병원으로 이송하는 일은 위험직무가 아닌 것이냐면서 반발하고 있다. 고인이 근무했던 전북 익산소방서의 한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주취자 이송이 위험한 업무가 아니라는 인사혁신처 결정은 충격적”이라면서 “공무원이 현장에서 외상으로 사망하지 않는 한 순직 판정을 받기 어려운 제도적 한계를 메우기 위해 법이 만들어졌는데 인사혁신처는 되레 역행한다”고 비판했다.

이날 이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람의 생명을 구하다가 그 당사자한테 심한 모욕과 폭행을 당했다면 보상을 해주어야 하는 것 아니냐”, “소방관이 하는 일이 꼭 불 속으로 뛰어들어 사람을 구하는 일만 있는 것이냐”, “구급대원이 위험직무가 아니면 무엇이냐” 등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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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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