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납금 폐지하라”… 486일 ‘세계 최장 고공농성’하는 택시기사

“사납금 폐지하라”… 486일 ‘세계 최장 고공농성’하는 택시기사

김지예 기자
김지예 기자
입력 2019-01-02 22:24
수정 2019-01-03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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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탑 위 김재주 택시노조 전북지회장

‘굴뚝 농성’ 파인텍보다 69일 더 긴 기록
하루 10만원 넘는 사납금 ‘현대판 노예제’


“분신 노동자도 저임금·장시간 노동 호소
사납금 존재하는 한 승차거부 안 사라져
택시 월급제, 승객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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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m ‘하늘 감옥’서 홀로 농성
25m ‘하늘 감옥’서 홀로 농성 2일로 고공농성 486일째를 맞은 김재주 택시노조 전북지회장이 전주시청 광장 앞 조명탑에 설치된 고공 농성장에서 동료들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
택시노조 전북지회 제공
‘하늘 감옥’에서 또 한 명의 노동자가 해를 넘겼다. 바로 김재주(56) 택시노조 전북지회장이다. 그는 2017년 9월 4일 전주시청 앞 25m 높이 조명탑 꼭대기에 올라가 지금까지 홀로 농성 중이다. 2일로 486일째를 맞았다. 서울시 양천구 목동 열병합발전소 75m 굴뚝에서 이어지고 있는 파인텍 두 노동자의 농성보다 69일 더 긴 기록이다. 파인텍지회 측도 “홍기탁·박준호 두 노동자의 농성은 최장기 ‘굴뚝 농성’ 기록”이라면서 “최장기 고공 농성은 김 지회장의 농성이고 이런 사실관계를 바로잡아 달라”고 밝혔다.

김 지회장은 가로 1m 80㎝, 세로 70㎝ 넓이의 비닐 천막에서 위태롭게 생활하고 있다. 세찬 바람이 불면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상황이다. 건강이 상당히 악화된 상태인 김 지회장은 이날 서울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농성장 아래에서 끼니를 챙겨 주는 동료가 있어 버틴다”고 했다.

김 지회장은 ‘법인택시 전액관리제 시행 및 불법사납금제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그는 “택시기사들은 하루 10만원이 넘는 사납금을 채우려고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고도 월 150만원을 손에 쥐지 못한다”면서 “저임금, 장시간 노동의 핵심 원인은 사납금제”라고 지적했다. 또 “현대판 노예제나 다름없는 사납금제를 폐지하고 전액관리제를 하루빨리 시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액관리제는 법인 택시기사가 운송 수입 전부를 회사에 내면 회사가 일정 급여를 주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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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지회장이 2017년 9월 4일부터 ‘법인택시 전액관리제 시행 및 불법사납금제 폐지’를 촉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는 25m 높이 조명탑을 먼발치에서 바라본 모습.  택시노조 전북지회 제공
김 지회장이 2017년 9월 4일부터 ‘법인택시 전액관리제 시행 및 불법사납금제 폐지’를 촉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는 25m 높이 조명탑을 먼발치에서 바라본 모습.
택시노조 전북지회 제공
택시노조 전북지회는 사납금제 폐지 등을 촉구하며 2014년부터 2년간 천막농성을 벌였다. 전주시는 “임금표준안을 만들고 2017년 1월 전액관리제를 시행한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택시 업체들은 수입 감소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반대했고, 전주시는 택시 업체들의 반대를 이유로 전액관리제 시행을 차일피일 미뤘다. 김 지회장이 조명탑 위로 올라가게 된 이유다.

농성 시작 후 지회는 “전액관리제를 원하는 기사만이라도 참여할 수 있게 하자”고 타협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사업장 21곳 가운데 7곳은 아직 협약서에 서명하지 않고 있다. 김 지회장은 “지방자치단체의 묵인과 방관 탓에 불법 사납금제가 관행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시가 애초에 전액관리제를 적극 도입하고 위반업체를 제대로 처벌했다면 농성이 이렇게 길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납금제가 존재하는 한 승차거부, 난폭운전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택시 월급제는 승객의 안전과도 직결되는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카카오 카풀’ 논란에 대해서 김 지회장은 “문제의 핵심을 비켜갔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기업이 주축이 된 카풀 시행에는 반대하지만 카풀 자체가 택시 노동자의 근무 환경이 열악해진 원인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분신한 택시 노동자도 저임금, 장시간 노동 근절을 호소했는데 카풀 반대 집회에서 이 구호는 들을 수 없었다”면서 “노동자들이 사측에 사납금제 폐지와 월급제 시행을 먼저 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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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0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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