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도로 아닌 오토바이 도로” “관광버스 못 세워 손님 뚝”

“자전거 도로 아닌 오토바이 도로” “관광버스 못 세워 손님 뚝”

이하영 기자
입력 2018-07-31 21:14
수정 2018-08-01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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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 없는 자전거 전용차로 단속… 전문가들 “부실 추진·행정적 패착”

“이게 무슨 자전거 전용차로입니까. 오토바이 도로지.”
뒤엉킨 택시·오토바이
뒤엉킨 택시·오토바이 31일 서울 종로구 일대의 자전거 전용차로가 짐을 나르는 오토바이와 승객을 내려 주려는 택시 등이 뒤엉키며 혼잡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31일 서울 종로구 종로3가 인근 자전거 전용차로에서 자전거를 타던 안모(33)씨는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안씨는 “광화문 쪽에서 출발해 종로까지 이동하는 몇 백 미터 구간 동안 오토바이와 택시를 피하다 두 번이나 넘어질 뻔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시가 지난 4월 종로1가부터 6가에 이르는 2.6㎞ 구간에 신설한 ‘자전거 전용차로’에 대한 단속이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단속이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로구가 지난 1일부터 4만~6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으나 버스와 택시, 오토바이 등의 자전거 차로 침범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는 것이다.

광화문 앞 자전거 전용차로는 서울 시티투어 버스나 대형 관광차의 주정차장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승객을 태우기 위해 자전거 차로 위에 정차하는 택시도 5분에 한 대꼴이었다. 자전거를 탄 사람들은 전용차로를 넘나드는 차량에 밀려 위험천만한 곡예 운행을 하기도 했다. 자전거 이용자인 최훈(34)씨는 “자전거 차로 중간중간 연석이 높거나 폭이 좁아 다니기 불편한 곳이 많고 구청에 민원을 제기해도 해결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자전거 전용차로 인근 상인들도 자전거 차로가 ‘문제투성이’라고 아우성이다. 종로5가에서 종묘가게를 운영하는 김모(64·여)씨는 “광장시장이 관광특구로 지정됐는데 길가에 자전거 차로가 설치되면서 관광버스가 자유롭게 정차하지 못해 손님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배달업을 하는 김모(38)씨는 “주차를 아예 못 하니까 수레에 싣고 날라야 해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했다. 택배기사 이모(38)씨도 “종로 한복판에서 자전거 타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된다고 이렇게 설치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생업을 위협할 정도”라고 꼬집었다.

자전거 이용자는 이용자대로, 상인은 상인대로 불편과 원성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서울시는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시 관계자는 “종로5가 쪽 자전거 차로는 원래 불법 주정차가 많던 구역이었는데 관행으로 이어져 온 불법 주정차를 제한하니 불만이 커진 것”이라면서 “시에서 단속에 나서더라도 구청장 명의로 과태료를 부과해야 하는데 민선 구청장이다 보니 민심에 민감해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29일까지 서울시와 종로구청이 자전거 차로 위반 차량에 과태료를 부과한 건수는 모두 184건, 하루 평균 6.3건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자전거 전용차로가 체계적인 설계 없이 부실하게 추진된 데서 비롯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승규 지방행정연구원 소장은 “제반 상황과 여건에 대한 고려 없이 도로에 줄만 긋는 것은 행정적 패착”이라면서 “지역 상권과 교통 특성 등 주변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점진적인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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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2018-08-0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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