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 대신 국가가 정한 연구·생산 현장에서 일정 기간 의무복무하는 병역특례는 1973년 도입됐다. 안보와 경제성장이 절실하던 때 방위 및 기간산업에 필수적인 연구 인력과 생산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1993년 병역법 개정으로 이공계 석·박사 대상의 전문연구요원과 기술 자격을 갖춘 고졸 이상의 산업기능요원으로 체계가 정비됐다.
정보통신과 벤처산업이 성장하던 시기에 병역특례는 수출 제조업은 물론 소프트웨어, 게임, 바이오 등 중소 연구개발(R&D) 기업의 인력 확보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줬다. 반면 일부 기업의 부실복무 관리와 편법 운영, 병역특례 인력을 값싼 노동력처럼 활용한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저출생으로 병역자원 감소가 뚜렷해지면서 제도 자체가 존폐 기로에 놓이기도 했다. 정부는 2016년 산업기능요원과 전문연구요원을 2023년까지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산업계와 과학기술계의 반발에 부딪혔다. 이후 2019년에 전면 폐지 대신 석사 전문연구요원과 산업기능요원 인원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박사과정 전문연구요원은 연 1000명 수준으로 유지하는 개선안을 내놨다.
각국이 인공지능(AI) 인재의 양성과 확보에 사활을 거는 가운데 대기업에도 AI 병역특례의 문이 열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내년도 전문연구요원 지정업체 후보로 LG전자, HD현대로보틱스, 삼성메디슨, 삼성전자 등 4곳을 추천했다. 중소기업 연구개발 인력 우선 배정 방침에 따라 2013년부터 중단됐던 대기업 전문연구요원의 신규 배정이 14년 만에 재개되는 것이다.
실효성은 더 지켜봐야 한다. 대기업 AI 병역특례는 내년부터 2029년까지 3년간 한시 운영되며, 연간 배정 인원도 120명으로 제한된다.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 5% 이상 등 지정업체 충족 요건도 까다롭다. 국가전략기술 인재 확보라는 관점에서 보다 현실성 있게 설계해야 할 대목이다.
2026-09-22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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