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서는 버스 열 받는 승객…과태료 ‘찔끔’

안 서는 버스 열 받는 승객…과태료 ‘찔끔’

기민도 기자
기민도 기자
입력 2018-03-20 22:28
수정 2018-03-20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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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버스 무정차 年2만건

정류장 정차 법적 의무 없고
‘승차 의사’ 판단 증명 어려워
과태료 처분율 20%대 그쳐
기사들 “배차·휴식시간 촉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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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에 사는 이모(30)씨는 지난달 초 오전 10시쯤 수원여고 정류장에서 타야 할 버스에 ‘퇴짜’를 맞았다. 타려던 버스가 그대로 힁허케 가버린 것이다. 직장인 이모(27)씨도 지난 8일 오후 7시 30분쯤 서울 종로구 광화문사거리에서 기다리던 버스가 멈추지 않고 떠나버려 약속 시간에 늦을 수밖에 없었다.

버스 정류장에 정차하지 않고 승객을 외면한 채 내달리는 버스에 대한 시민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꼭 타야 할 버스를 놓쳤을 때의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신고된 ‘무정차 버스’만 연 2만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에 대한 대중교통의 배려가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서울신문이 경기도와 서울시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무정차 버스 신고 및 과태료 청구 건수’에 따르면, 경기 지역 31개 시군 가운데 자료를 제공한 27개 시군의 무정차 신고 건수는 2015년 1만 5505건, 2016년 1만 6460건, 지난해 1만 4794건으로 집계됐다. 서울 지역의 신고 건수는 2015년 6028건, 2016년 5477건, 지난해 5069건씩이었다. 두 지역을 합산하면 연 2만건, 하루 55건에 해당한다. 이는 신고된 건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실제 무정차 사례는 이보다 훨씬 잦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26조 ‘운수종사자의 준수 사항’에 따르면 운수 종사자는 여객이 승하차하기 전에 자동차를 출발시키거나 승하차할 여객이 있는데도 정차하지 않고 정류소를 지나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이를 어긴 사실이 승객의 신고로 적발되면 시·도는 버스기사의 진술과 폐쇄회로(CC)TV 등 증거를 검토해 5만~15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그러나 무정차 신고 건수에 비해 ‘과태료 처분율’은 상당히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는 2015년 3321건(21.4%), 2016년 3946건(23.9%), 지난해 3849건(26.0%), 서울은 2015년 1296건(21.4%), 2016년 1374건(25.0%), 지난해 1415건(27.9%)으로 각각 집계됐다. 무정차 버스 4대 가운데 1대 정도만 과태료 처분을 받는 데 그친다는 의미다.

법 조항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승하차할 여객이 있는데도’라는 문구의 내용을 객관적으로 증명해내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승객이 해당 버스에 승차하려는 의사를 갖고 있는지를 겉으로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운전기사가 “이 정류장에 탈 승객이 없다”고 판단하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양평군청 관계자도 “법 조항을 달리 해석하면 정류소에 무조건 정차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늦은 밤에 버스기사가 정류장에 손님이 없었다고 판단하고 지나치면 과태료 처분을 내리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과태료 처분 기준도 ‘고무줄 잣대’여서 처분율이 지자체별로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수원시는 2602건 가운데 444건(17.0%)에 대해 과태료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고양시는 917건 가운데 580건(63.2%)을 행정처분했다. 고양시청 관계자는 “버스기사와 민원인의 진술이 엇갈릴 때 최대한 민원인의 편에서 일을 처리해 과태료 비율이 63%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버스기사는 “기사 입장에서는 배차 시간이나 휴식 시간 확보 문제 때문에 정류장마다 정차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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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2018-03-2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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