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개 물림 당한 농가조사원 14명 중 2명만 산재 인정

[단독] 개 물림 당한 농가조사원 14명 중 2명만 산재 인정

김진아 기자
김진아 기자
입력 2017-10-25 18:08
수정 2017-10-25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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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관원 경미한 보상책으로 ‘쉬쉬’… 산재 지원·보호수칙 등 마련해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 소속 조사원 김모(43·여)씨는 지난 7월 4일 경북 구미의 한 농가의 직불금 이행 점검을 위해 현장조사를 갔다가 개에게 물려 크게 다쳤다. 오래된 목줄로 느슨하게 묶여 있던 개의 목줄이 풀려 개가 김씨에게 달려들었고 양쪽 팔과 오른쪽 허벅지를 물었다. 김씨는 2주 동안 입원 치료 후 개 공포증으로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고 결국 산업재해 인정을 받아 6주가량 요양한 뒤 복직했다. 김씨는 “흉터가 남은 데다 아직도 상처 부위가 아프다”면서 “개 짖는 소리가 들리는 농가를 갈 때마다 무서워서 움직일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가수 겸 배우 최시원씨의 반려견 물림 사건 이후 반려견 관리 문제가 지적되고 있지만 사각지대인 농가 조사원들이 겪는 개 물림 사고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실이 25일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받은 최근 4년간(2014년~2017년 10월) 농관원 소속 조사원들의 개 물림 사고 내용을 보면 모두 14건이었다. 610명의 조사원이 한 해 3000여건의 농가 조사를 하기 때문에 위험한 상황에 계속 노출된 상태다.

14건의 사례를 보면 대부분 조사원이 현장조사를 하다 갑자기 달려든 개에 팔, 다리가 물렸다. 하지만 산재 인정을 받은 것은 김씨를 포함해 2명밖에 없었다. 김선채 농관원 무기계약직 노조위원장은 “농관원에서는 문제를 크게 다루고 싶어하지 않아 산재 처리하기보다는 적당히 보상하는 선에서 끝내려 한다. 그러다 보니 경미한 피해는 신고하지 않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씨 등의 사고 이후 관리원 측은 주의사항을 냈지만 ‘개의 눈을 쳐다보지 마라’는 등 형식적인 내용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2인 1조로 조사할 수 있도록 인원을 충원하고 보호장비를 지급하는 등 대책 마련을 농관원 측에 요구하기로 했다.

김 의원은 “농식품부가 수년 동안 방치해 온 개 물림 사고의 산재 처리를 적극 지원하고 조사원들을 보호할 안전 수칙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2017-10-26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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