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마음이 슬퍼서 검어졌어요…교회유치원 없애지 마세요”

[단독] “마음이 슬퍼서 검어졌어요…교회유치원 없애지 마세요”

입력 2017-10-19 22:42
수정 2017-10-19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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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동교회 유치원 폐원 결정 일방적 통보에 학부모들 반발

교회측 “역사관·예배실 필요”
교육청 “폐원 강제로 못 막아”
지난 15일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교회 부설 양평유치원 앞에서 아이와 학부모가 ‘폐원 반대’ 손팻말을 들고 있다. 양평동교회 장로회의는 두 달 전 유치원 폐쇄를 결정했다. 독자 제공
지난 15일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교회 부설 양평유치원 앞에서 아이와 학부모가 ‘폐원 반대’ 손팻말을 들고 있다. 양평동교회 장로회의는 두 달 전 유치원 폐쇄를 결정했다.
독자 제공
“마음이 슬퍼서 검어졌어요. 유치원이 없어진다고 해서 슬퍼요, 예수님.”

지난 16일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교회에 있는 양평유치원에서 만난 류시현(6)양은 그림을 그리며 닭똥 같은 눈물방울을 뚝뚝 흘렸다. 아이는 하트 모양의 도화지 바탕을 검은색으로 칠했다. 아이의 마음은 까맣게 됐지만, 여전히 그림 한가운데 있는 유치원 건물은 알록달록 무지개색이다. 시현양은 “제발 유치원을 없애지 말아주세요”라고 울먹였다.

양평동교회가 최근 양평유치원 폐원을 결정하면서 원생 부모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학부모들은 일요일마다 교회 앞에서 유치원 폐원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지만 교회 측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양평동교회는 지난 8월 27일 목사 1명과 장로 11명으로 구성된 장로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유치원 폐원을 결정했다. 다음 날 신석주 선임장로는 유치원 운영위원회에 참석해 “2018년 2월까지 유치원에서 나가달라”고 전달했다. 교회 측은 지난달 4일에도 원생 부모들이 모인 자리에서 거듭 폐원 사실을 통보했다. 폐원 이유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설명을 하지 않았다.

부모들은 교회 측의 일방적인 통보에 거세게 반발했다. 교회 목사에게 면담 요청을 하고, 주민센터 등을 찾아가 하소연했다. 하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폐원 이유를 놓고선 “교회의 재정 적자 때문이다”, “노인 시설이 생긴다”는 등의 소문만 무성했다.

상황이 점점 악화되자 신 장로는 19일 “유치원을 폐원하는 이유는 공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면서 “소예배실을 추가로 마련하고, 110여년 교회 역사를 기릴 역사관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교인 수가 1000여명으로 늘어나면서 일요일이면 예배할 공간이 부족한데, 유치원을 예배실로 활용할 수 없다 보니 불가피하게 폐원을 결정했다”면서 “또 새벽 예배에 나오는 교인이 50명 정도 되는데 700명을 수용하는 본당에서 예배하면 냉방·난방비가 많이 들어 재정 낭비도 심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부연했다.

학부모들은 이런 교회 측의 해명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위기다. 한 학부모는 “2015년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인성교육 우수유치원으로 선정돼 교육장 표창을 받을 정도로 인정받는 유치원을 왜 없애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정모(43·여)씨는 “양평동4·5·6가에는 유치원이 양평유치원을 포함해 2곳뿐”이라면서 “다른 유치원도 대기 순서가 길어서 옮기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최모(47·여)씨는 “교회가 너무 이기적인 것 같다. 역사관을 짓더라도 그동안 가르쳐 온 아이들도 함께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간청했다.

서울남부교육청 관계자는 “유치원 폐원에 대해 교육 당국이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면서 “폐원 시 교육 지원 계획에 따라 다른 유치원에 정원을 확보해 준 경우도 있었는데, 학부모들 간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 상당히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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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2017-10-2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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