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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돌아오는 우산, 살아나는 양심

[단독] 돌아오는 우산, 살아나는 양심

주현진 기자
주현진 기자
입력 2017-08-27 22:26
업데이트 2017-08-28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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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무료 우산 대여 50일’ 해보니

주민센터 회수율 60~70%… 2000년대 초반엔 0%로 중단
곳곳서 벤치마킹… 전국화 조짐 “청렴·양심 가치 확산 계기되길”
신연희 서울 강남구청장이 지난 25일 청사 로비에서 누구나 공짜로 빌리고 양심껏 반납하는 ‘청렴우산’을 직원들과 살펴보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신연희 서울 강남구청장이 지난 25일 청사 로비에서 누구나 공짜로 빌리고 양심껏 반납하는 ‘청렴우산’을 직원들과 살펴보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느닷없이 하늘에서 장대비가 쏟아지던 지난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청에서 일을 마치고 길을 나서던 민원인들은 전혀 당황할 필요가 없었다. 본관 로비 한쪽 거치대에 빽빽이 꽂혀 있는 무료 우산 때문이다. 구는 지난 7월 11일부터 사람들의 양심을 믿고 누구에게나 공짜로 빌려주는 무료 우산 대여 서비스를 하고 있다. 구청에 100개, 동사무소 22곳에 330개, 보건지소 1곳에 20개 등 총 450개를 비치했다.

27일 강남구에 따르면 무료 우산 서비스를 50일 가까이 시행한 결과 회수율이 50% 수준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달 들어 비가 내린 날이 많은 점을 감안하면 더욱 의미가 있다. 구 감사담당관 이미화 팀장은 “주로 동네 주민들이 이용하는 주민센터 쪽 회수율은 60~70%, 비강남 주민이 많이 찾는 구청 쪽 회수율은 20~30% 수준”이라면서 “지난주 비가 많이 와서 구청에 우산 100개를 추가 비치했다”고 말했다.

구의 무료 우산 대여 서비스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0년대 초반 한 차례 실시했으나 회수율이 0%여서 바로 중단했다. 청담동사무소 장진상 행정팀장은 “주민센터는 자주 오는 분들이 많이 이용해 반납률이 높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래도 2000년대 초반과 비교할 때 시민의식이 크게 향상됐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비스는 지방 공기관들이 속속 벤치마킹하고 있어 전국으로 확산할 조짐이다.

구가 지은 정식 명칭은 ‘청렴우산’이다. 투명한 비닐 바탕에 ‘강남구’라는 소속 표시와 함께 파란색 글씨로 청렴우산이라고 쓰여 있다. 주민 강혜영(54·청담동)씨는 “청렴이란 곧 양심에 맡긴다는 의미가 아니겠느냐”면서 “양심에 찔려서 집에 두고 쓰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혜숙(60·삼성1동)씨는 “청렴우산이 없었더라면 갑작스러운 비를 쫄딱 뒤집어쓸 뻔했다”면서 “비닐우산인데도 써 보니 튼튼해서 참 좋다”고 평가했다. 우산 1개 구입 단가는 약 2000원이다.

구는 이 정도 회수율을 유지한다면 서비스를 계속해 볼 만하다는 입장이다. 신호진 청담동장은 “교통비를 감안할 때 강남구청을 이용하는 타 지역 분이 우산을 반납하려고 일부러 다시 오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면서 “다만 따뜻한 행정 서비스를 경험하고 청렴과 양심이라는 가치가 많은 지역으로 확산되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2017-08-28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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