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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장강박증’에 집이 쓰레기장으로…이웃이 3t 치웠다

‘저장강박증’에 집이 쓰레기장으로…이웃이 3t 치웠다

입력 2017-08-14 09:34
업데이트 2017-08-14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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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당동 ‘폐지아줌마’…중구 ‘골목문화 창조사업’으로 도움의 손길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쌓아두는 강박 장애의 일종인 ‘저장강박증’으로 폐지와 고물 3t이 쌓여있던 집이 이웃 주민의 손으로 말끔하게 치워졌다.

14일 서울 중구에 따르면 신당동 청구로8길에서 두 딸과 사는 한모(53·여)씨는 10년 전부터 폐지와 고물을 주워 팔아 생계를 유지했다. 기초생활보장수급자인 그는 ‘뇌전증 장애’까지 앓아 생활이 어려웠다.

한 씨는 가까운 고물상에서 원하는 값을 쳐주지 않자 더욱 먼 고물상을 드나들었고, 이마저도 여의치 않게 되자 아예 집 안에 폐지와 고물을 쌓아두기 시작했다.

구는 “한 씨의 집은 수년간 쌓인 폐지·플라스틱·비닐 등으로 마치 쓰레기장처럼 됐다”며 “현관문을 제대로 열 수도 없을 정도로 고물이 넘쳐, 인근 도로까지 흘러나왔다. 한 씨는 이 때문에 주변에서 ‘폐지아줌마’로 불렸다”고 전했다.

한 씨 때문에 이웃 주민들은 불편을 겪은 것은 물론이고, 위생·안전·미관 문제도 심각했다.

주민들은 한 씨에게 치우라고 여러 번 설득했지만, “남의 먹고사는 일을 왜 간섭하느냐”는 식의 말만 되돌아왔다. 구청 역시 환경 정비를 시도해도 저항에 부딪혀 번번이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보다 못한 주민 20여 명은 최근 한 씨의 집 앞에 모여 그의 외삼촌과 여동생에게 연락해 한바탕 설득 작업과 승강이를 벌였다. 결국, 그의 집 문을 열고 들어가 3시간에 걸쳐 3t에 달하는 쓰레기를 치워 냈다.

밖으로 꺼낸 고물은 외삼촌과 의논한 뒤 고물상에 내다 팔아 적은 액수나마 한 씨를 도왔다.

이번 청소는 골목의 고민거리를 주민 주도로 해결하자는 취지로 구가 추진 중인 ‘새로운 골목문화 창조사업’에 따라 이뤄졌다.

청소에 참여한 성영숙 적십자 신당봉사회 회장은 “한 씨를 설득하느라 애를 먹기는 했지만, 깨끗하게 치우니 너무 뿌듯하다”며 “앞으로도 관심을 두고 자주 들여다보겠다”고 말했다.

구는 한 씨를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연결해 상담과 치료를 받게 하는 한편, 방문간호사를 통해 주기적으로 상태를 체크할 계획이다. 또 벽지와 장판을 교체하고, 구 복지 사업을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도울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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