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 방지법’에… 벼랑 끝 몰린 대학선수들

‘정유라 방지법’에… 벼랑 끝 몰린 대학선수들

강신 기자
강신 기자
입력 2017-03-09 22:46
수정 2017-03-10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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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학점 미만’ 경기 출전 제한… 선수·학부모·지도자 한숨

“학점 평점 ‘C’가 안 된다고 한 시즌 경기를 통째로 못 뛰게 하는 건 선수 생명을 끊겠다는 겁니다. 잘못은 정유라가 했는데 왜 멀쩡한 대학 선수들을 괴롭힙니까. 아들놈 하나 프로축구선수로 키우겠다고 평생 아등바등 살았는데 죽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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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대학 축구 체육특기생 아들을 둔 A(48)씨는 기자와 전화통화를 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가 지난해 학점 평점이 C 미만인 대학생 선수의 경기 출전을 금지하는 ‘C제로 룰’을 올해부터 시행키로 하면서 아들이 평생의 꿈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A씨는 곧 울먹이더니 흐느끼는 소리로 말을 이었다.

“축구로 장학금을 받고 입학했는데 지난해 평점 C가 안 나와서 학칙에 따라 장학생 자격을 잃었습니다. 이 정도면 공부를 못한 처벌은 충분히 받은 것 아닙니까. 10년 넘게 축구만 했습니다. 엘리트 스포츠 시스템을 밟으면서 머리가 다 굳은 애들한테 성적 나쁘면 경기에 못 나간다고 하니 세상에 이런 법은 없습니다. 수업에 다 들어가고 과제물을 다 내도 C가 안 되는 것을, 공부를 해도 안 되는 걸 어쩌란 말입니까.”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의 ‘C제로 룰’을 두고 대학 선수, 학부모, 지도자 등 학교 스포츠의 3대 축이 일대 혼란에 빠졌다. ‘비선 실세’ 최순실(61)씨의 딸 정유라(21)씨가 체육특기생 제도를 악용해 이화여대에 입학하고 특혜를 받은 불똥이 애먼 학생들에게 튀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대학 측은 사회정서상 체육특기생에게 다른 잣대를 적용해 더이상 후한 점수를 줄 수 없다고 했다. 교수들 역시 이화여대 교수들이 줄줄이 사법처리되는 모습 앞에서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하지만 그동안 운동만 하도록 교육받은 특기생들은 좌절할 수밖에 없다. 올해 출전이 금지된 선수만 해도 102명에 이른다. 축구가 89명으로 가장 많고 농구(7명), 배구(4명), 핸드볼(2명) 등이 뒤를 잇는다. 연세대의 경우 축구팀 선수 28명 가운데 14명이 C학점 미달이었다.

지난해 평점이 C에 미치지 못해 올해 출전이 금지된 B(21)씨는 “1학기 평점은 C가 넘는데 똑같이 공부했는데도 2학기 성적은 훨씬 나빴다”며 “팀원들 모두 2학기 성적이 떨어졌는데 정유라 사건 때문에 체육특기생 성적을 짜게 준 거 아니냐는 얘기가 돈다”고 말했다. 그는 “올 시즌 경기에 못 나가면 선수 생활을 접어야 하는데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부모님을 뵐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총장협 관계자는 “C제로 룰은 정씨 사건과는 관련이 없고 학생 선수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한편 학사관리를 제대로 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미 2년의 유예기간을 줬고 수시로 학교와 지도자에게 학사관리에 신경을 써 달라고 주문했기 때문에 올해부터 바로 시행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정진혁 전주대 축구부 감독은 “C제로 룰에 대해 처음 들은 게 지난해 6월 청평리조트에 각 종목 감독들이 모였을 때였다”며 “이후 지속적으로 반대의 뜻을 전했지만 총장협 측은 ‘시키는 대로 하라’는 식이었다”고 반박했다.

우선 오는 24일 시작되는 최대 규모의 대학 축구 U리그의 경우, C제로 룰을 적용토록 하겠다는 총장협과 이에 반대하는 대한축구협회가 갈등을 빚고 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성적으로 경기 출전을 제한한 전례가 없다”며 “이번 리그에 85개 학교가 참가하는데 총장협에 가입하지 않은 학교가 34곳으로, 비회원 대학에 C제로 룰을 강요할 수도 없고 회원 대학에만 C제로 룰을 적용하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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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mbnail - 양송이 서울시의원 “서울형 유보통합, 현장 목소리 반영한 선도적 모델 마련해야”

강신 기자 xin@seoul.co.kr
2017-03-1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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