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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바뀐 역사교과서…‘오락가락’ 행정에 현장 혼란 가중

또 바뀐 역사교과서…‘오락가락’ 행정에 현장 혼란 가중

입력 2017-01-31 13:48
업데이트 2017-01-31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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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계 비판에 ‘대한민국 정부 수립’ 허용으로 집필기준 완화…국정교과서 금지법 통과 움직임 등 현장 적용까지 험로 여전

교육부가 검정 역사·한국사교과서 집필기준에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도록 하면서 많은 저자들이 집필을 거부했던 검정교과서 논란이 새로운 장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국정교과서의 경우 친일 반민족 행위와 새마을운동의 한계점, 제주 4.3사건 등에 대한 서술을 강화했지만 기존에 논란이 된 ‘대한민국 수립’ 표현과 박정희 전(前) 대통령 관련 서술 분량이 크게 바뀌지 않아 반발이 여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31일 교육부가 발표한 새 검정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에 따르면 대한민국 건국 시기 관련 서술에서 ‘대한민국 수립’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 표현을 함께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건국 시기를 둘러싼 기술은 현대사 기술에서 보수와 진보단체 간 의견 대립이 가장 심했던 내용 중 하나다.

보수진영은 1948년 8월15일을 ‘대한민국 정부’가 아닌 ‘대한민국 국가의 수립’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진보진영은 이에 대해 일제 항일운동과 임시정부 역사를 깎아내리려는 의도라고 반발해 왔다.

교육부가 검정 역사교과서에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 표현을 허용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렇듯 진보진영 등을 중심으로 한 각계 반발을 무마하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최근에는 검정 교과서 저자들이 검정 교과서를 ‘무늬만 검정’이라고 비판하며 집단으로 집필거부 선언에 나서는 등 검정 교과서 제작 차질에 대한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었다.

이 영 교육부 차관은 브리핑에서 “의견 수렴 과정에서 대한민국 건국 시기와 관련한 의견이 가장 많았다”면서 “이를 수용하는 차원에서 집필기준의 유의점을 개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27일 교과서 현장 적용 방안 발표 때만 해도 ‘대한민국 수립’ 표현은 교육과정에 명시된 내용이기 때문에 수정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던 교육부가 원칙을 또 바꾼 데 대해 혼란을 가중한다는 지적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중학교 역사·고등학교 한국사 검정교과서 저자들도 이러한 새 집필기준이 정치권·학계·언론계의 반발을 일부 누그러뜨리기 위한 ‘꼼수’라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현행 검정 역사교과서 저자는 “교육부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는 표현은 (2015 개정) 교육과정에 위배되는 것이라 쓸 수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여기서 한 발 물러섰다”며 “각계의 비판을 무마시키려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저자들은 대한민국 건국 시기 서술 외에 교육부가 제주 4.3사건에 대한 서술을 강화하도록 한 점 등도 주요한 쟁점과 크게 관련이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정교과서 집필 거부를 선언했던 도면회 대전대학교 교수는 “기존 (현행 검정교과서의) 집필기준과 비교하면 크게 미진한 수준”이라며 “집필을 거부를 선언했던 저자 가운데 다수는 생각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중학교 역사교과서의 경우 올해 역사① 교과서, 내년에 역사② 교과서를 집필하도록 함에 따라 교과서 개발 기간 부족 등의 문제를 지적했던 일부 저자들의 집필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정희 전 대통령 미화 등 가장 큰 쟁점이 됐던 근현대사 관련 부분은 역사②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일단 올해 역사① 집필을 위한 집필진 구성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역사교과서 집필에 참여한 한 교육계 관계자는 “역사②에 논란이 되는 근현대사 내용이 많이 들어가 있어 역사①과 역사②를 연차적으로 집필하도록 한 것은 저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꼼수’라고 볼 수 있다”며 “집필에 참여할지 고민했던 필자들에게는 유인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교과서를 둘러싼 논란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제주 4.3사건 피해자 유족들을 직접 만나 의견을 듣는 등 국민의 의견을 다양하게 수용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정 교과서와 달리 국정 교과서에서는 ‘대한민국 수립’ 표현이 바뀌지 않은 데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서술 분량도 크게 줄지 않았다.

교육부는 국정교과서 252쪽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구성됨으로써 대한민국 임시 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대한민국이 수립되었다’고 기술했다. 현장검토본과 같은 내용이다.

이에 따라 당장 3월 새 학기부터 국정 역사·한국사 교과서를 주교재로 쓰게 될 연구학교 지정도 여전히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다음달 10일까지 희망하는 학교를 모두 연구학교로 지정해달라고 전국 시·도 교육청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연구학교 지정 권한이 있는 17개 교육청 가운데 13개 교육청은 이에 협조하지 않기로 했다.

최근 들어서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특별검사팀이 보수단체의 ‘관제시위’ 사주 의혹을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국정교과서 문제가 다시 불거진 상황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따른 ‘벚꽃 대선’ 가능성에 점차 무게가 실리면서 일각에서는 국정교과서가 올해 극소수 연구학교에서만 쓰이고 폐기되는 1년짜리 교과서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국정교과서 사용을 법으로 금지하려는 움직임도 여전하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이달 전체회의에서 국정 역사교과용 도서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역사 교과용 도서의 다양성 보장에 관한 특별법’(국정교과서 금지법)을 의결했다.

법안 발의에 참여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의원들은 3월 새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도록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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