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설물 악취 때문에 더 더워… ‘닭둘기’ 퇴치업체까지 성행

배설물 악취 때문에 더 더워… ‘닭둘기’ 퇴치업체까지 성행

이성원 기자
입력 2016-08-18 20:52
수정 2016-08-19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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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 속 비둘기 민원 급증

모이 금지 현수막·기피제…
업체 서비스 일주일 기다려야
서울만 4만 5000마리 골머리


‘비둘기에게 먹이 주지 마세요. 스스로 먹이를 찾아 자연 생태계로 돌아갈 수 있게 도와주세요.’

18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역 사거리에 비둘기에게 모이 주는 행위를 금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18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역 사거리에 비둘기에게 모이 주는 행위를 금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지난 5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역 사거리에는 비둘기 모이를 주지 말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전날 당산역 근처에 집비둘기가 너무 많다는 민원이 들어오자 영등포구청이 내건 것이다. 구청 관계자는 “지난 3월에는 대림동 삼거리에서 비둘기 모이를 주는 사람이 있다는 민원이 들어와 한 달간 그곳으로 가서 모이를 주지 말라고 설득하고 뿌려진 모이를 거둬들였다”고 말했다.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된 비둘기와의 전쟁도 폭염 못지않게 뜨겁다. 지방자치단체들은 비둘기 모이 금지 현수막을 곳곳에 내걸고, 아파트 실외기나 주택 창가 등에 붙이거나 뿌리는 비둘기 기피제를 시민들에게 나눠 주고 있다. 하지만 비둘기가 환경에 금세 적응하면서 이런 방법은 무용지물로 전락하고 있다. 배설물로 인한 환경오염에 병을 옮길 수 있다는 지적으로 시민들은 비둘기 퇴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포획이나 사살은 불법이어서 뾰족한 수가 없는 상태다.

사설 비둘기 퇴치업체도 성업 중이다. 특히 봄과 여름에 비둘기 퇴치 문의가 많다. 창문을 활짝 여는 일이 잦아지면서 배설물 악취를 호소하는 경우도 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1주일은 기다려야 사설업체의 비둘기 퇴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정도다. 한 퇴치업체의 목정협(45) 대표는 18일 “비둘기 퇴치 문의가 지난해보다 30% 정도 늘었다”며 “비둘기 둥지를 제거하고 뾰족한 퇴치망(스파이크)을 설치해 비둘기가 다시 찾지 못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스파이크를 피해 앉고 기피제에 내성이 생기는 등 비둘기의 적응력은 날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퇴치업체마다 특수 퇴치제를 자체 제작해 사용할 정도다.

2009년부터 비둘기는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됐지만 사살하거나 포획하려면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구청의 허가가 필요하다. 현재까지 실제 구청이 허가를 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결과 마지막으로 서울시가 개체 수를 조사한 2009년 비둘기 수는 3만 5000마리였다. 전문가들은 현재 4만 5000마리 정도로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모이를 주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환경부와 논의했지만 과한 규제일 수 있어 이후 진행되지 않았다”며 “강제성을 부과하는 방안보단 퇴치제를 나눠 주고, 모이를 주지 않도록 계도 활동을 통해 비둘기 피해를 줄여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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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2016-08-19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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