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원정도박 기승…조폭 연계된 ‘롤링업자’가 배후

외국 원정도박 기승…조폭 연계된 ‘롤링업자’가 배후

입력 2015-08-05 08:32
수정 2015-08-05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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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여행, 자금 대출, 카지노 VIP룸 임대 등 역할국내에서 현지 ‘아바타’ 활용한 신종 도박도 포착

라스베이거스, 마카오, 필리핀, 캄보디아 등에서 원정도박을 벌이다 적발된 사례가 빈발해졌다.

대기업 회장이 구속 기소되는가 하면 중소·중견기업인들도 폭력조직의 유혹에 넘어가 원정도박에 손을 댔다가 쇠고랑을 찼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외국을 드나들며 도박을 벌인 유명 기업인 A씨를 내사하는 것으로 5일 전해졌다.

검찰은 최근 검거한 폭력조직 서방파와 학동파 조직원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A씨의 원정도박의 단서를 포착했다.

이들 조직은 마카오, 필리핀, 캄보디아 등에서 카지노 VIP룸을 운영하다가 적발됐다.

이들의 알선을 받아 총 90억원대 노름을 한 상장기업 대표 오모씨와 10억원대 도박판에 끼어든 중견기업 E사 대표 정모씨는 이미 기소됐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은 횡령한 회삿돈 208억원 가운데 38억원을 라스베이거스 원정도박에서 쓴 사실이 들통나 지난 5월 재판에 넘겨졌다.

장 회장은 2001∼2013년 라스베이거스에서 호텔 카지노 도박을 거의 매년 한 혐의로 붙잡혔다. 최고급 고객(VIP)에게만 제공되는 전용기를 타고 로스앤젤레스에서 라스베이거스로 옮겨가면서 도박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남의 유흥업소 업주와 지방의 한 기초의회 의장 출신 재력가는 지난해 도박 혐의로 경찰에 적발됐다.

수사기관의 단속이 강화되자 원정도박 수법이 더욱 교묘해졌다.

도박하는 사람은 한국에 머물고 속칭 ‘아바타’로 불리는 현지 대리인이 도박에 참가해 수수료를 제한 돈을 넘겨주는 수법도 생겼다. 수사기관의 단속을 회피하기 위한 신종 도박이다.

원정도박이 기승을 부리는 것은 ‘롤링업자(카지노 에이전트)’로 불리는 브로커 때문이다. 대개 폭력조직과 연계된 이들은 고액 도박을 즐기는 기업인 등에게 무료 여행 등 편의를 제공하면서 도박판으로 유인한다.

마카오나 라스베이거스 등 세계 유명 카지노의 VIP룸을 빌려 도박장을 열기도 한다. 고액 자산가들에게 수억원의 도박자금을 빌려주고 고리 이자를 뜯는 것도 이들의 역할이다.

실제로 최근 검찰에 적발된 롤링업자 정모(37)씨는 폭력조직 ‘학동파’ 출신이다. 2013년 9월 한 명에게만 400만 홍콩달러(약 5억8천만원)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아낸 것으로 드러났다.

원정도박에 나서는 내국인이 늘어나는데도 단속은 좀처럼 쉽지 않다. 수사기관의 손길이 닿지 않는 외국에서 범행이 이뤄지는데다 전문 브로커들이 개입하기 때문이다.

김현진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전문위원은 “원정도박은 국외에서 이뤄지는 범죄의 특성상 증거를 찾기가 어려워 형사처벌이 곤란하다”고 진단했다.

원정도박을 근절하려면 수사기관에서 전담팀을 편성해 국제공조 수사를 펴야 하는데 실행에는 난관이 많다.

단속 효과를 거두려면 외국 도박장을 드나드는 내국인 규모와 범죄 조직 개입 여부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서원석 경희대 호텔경영학과 교수는 “외국 카지노에서 소액이라도 도박을 했다면 외국환관리법을 위반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면서 “원정도박을 없애려는 정부의 노력도 부족한 실정이다.”고 비판했다.

서 교수는 “지금은 원정도박 시장 규모와 수법, 브로커 등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면서 “대응 노력을 서두르지 않으면 도박 시장 특성상 규모가 삽시간에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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