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부른 태권도 편파 판정… 서울시협회의 ‘오다 태권도’

자살 부른 태권도 편파 판정… 서울시협회의 ‘오다 태권도’

입력 2014-09-16 00:00
수정 2014-09-16 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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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이 인천에서 (편파 판정을) 하도 당해 서울로 전학 보냈는데 그놈을 또 만났다. 이젠 내가 지친다.”

인천의 태권도장 관장이었던 전모(당시 47세)씨가 지난해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남긴 유서의 일부다. 2주 전 전국체전 고등부 핀급(54㎏ 이하급) 서울시 대표 선발전에 참가한 아들 전모(18)군이 부당하게 패한 것을 지켜본 뒤 분노를 삭히지 못해서다. 아들은 막판까지 5대1로 이기고 있었지만 종료 50초를 남기고 심판 최모(47)씨로부터 경고를 내리 일곱 번 받아 실격패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15일 전씨 자살을 불러온 경기에서 승부 조작인 ‘오다 태권도’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승부 조작을 주도한 이는 최씨의 ‘윗선’인 서울시태권도협회 전 전무이사 김모(45·현 사무국장)씨로 드러났다. 경찰은 김씨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최씨 등 6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전군의 상대 선수 아버지인 충북의 한 대학 태권도학과 교수 최모(48)씨는 서울의 D중·고 및 K대 후배이자 현재 D중 태권도 감독 송모(45)씨에게 “아들이 대학에 갈 수 있게 입상 실적을 만들어 달라”고 청탁했다. 송씨는 협회 전무이던 고교 선배 김씨에게 승부조작을 부탁했다. 청탁은 K대 출신 협회 심판위원장 노모(53)씨 등을 거쳐 심판인 최씨에게까지 하달됐다. 이런 관행은 태권도계에서 ‘오다’로 통한다. 협회는 매년 상임심판 100여명을 선정해 놓고 심판위원장이 심판 배정권을 행사한다. 심판들은 경찰 조사에서 “‘오다’를 무시했다가는 어느 순간 제외될 수 있어 소신 판정을 할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승부 조작을 요구하며 돈이 오간 정황은 포착되지 않았다”면서 “태권도계가 끈끈한 학연으로 엮여 가능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한 서울시협회가 2009년 1월부터 올 2월까지 허위로 활동보고서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임원 40명에게 협회비 11억원을 부당지급한 혐의를 포착해 전 협회장 임모(61)씨 등 11명을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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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2014-09-1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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