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4주기> “아직도 아들이 군대에 있는 것 같다”

<천안함4주기> “아직도 아들이 군대에 있는 것 같다”

입력 2014-03-23 00:00
수정 2014-03-23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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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째 천안함 유족 협의회장 맡은 故이용상 하사 부친 “형과의 약속 지키겠다” 막내아들도 올해 해병대 입대

벌써 4년이 흘렀다. 시계의 초침이 유독 더 느리게 가는 것처럼 느껴진 순간들의 연속이었다. 2010년 3월 26일 밤 해군 초계함에 탑승했다가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백령도 앞바다에서 순직한 장남의 기일이 또 다가왔다.

그날 고 이용상 하사의 부친 이인옥(50)씨는 일을 마치고 밤늦게 집에 들어와 TV뉴스를 보며 쉬고 있었다.

갑자기 TV 화면 자막에 속보가 떴다. 1천200t급 해군 초계함이 침몰했다는 붉은 글씨였다.

”용상이가 탄 배는 천안함으로 알고 있어 처음에는 초계함이라는 이름의 다른 배인 줄 알았습니다. 초계함이 배 이름이 아니라 군함 종류라는 걸 그땐 몰랐습니다.”

자정이 넘자 뉴스 자막의 초계함은 천안함으로 바뀌었다. 눈앞이 캄캄해졌다.

급히 아내와 막내아들을 차량에 태우고 경기도 일산에서 평택까지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운전 경력만 20년이 넘었지만 어떻게 차를 몰았는지는 지금도 기억나지 않는다.

평택 해군 2함대 해군회관에는 뉴스를 보고 달려온 천안함 장병 가족 10여 명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

오전 7시. 뜬눈으로 밤을 새운 이씨는 실종자와 생존 장병의 명단이 빽빽이 적힌 A4용지를 받았다. 실종자 이용상. 종이 한 장에 생존자와 실종자 가족의 희비가 갈렸다.

이씨는 23일 “아내는 옆에서 쓰러졌고 나도 정신이 혼미해졌다. 이후 제발 살아 돌아오기만을 바랐는데…”라며 당시 기억에 말끝을 흐렸다.

이씨는 장남의 유품을 4년이 지난 지금도 정리하지 않았다. 사고 이후 이사를 했지만 둘째 아들 방에 책과 옷가지 등 이 하사의 유품을 남겨뒀다.

”3월에는 용상이 생각이 더 납니다. ‘아버지 휴가 나왔어요’라며 금방이라도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올 것 같아요. 지금도 군대에 있는 것 같습니다.”

이 하사가 평소 끔찍이 아꼈던 막내동생은 형과의 약속을 지켰다. 이씨의 막내아들 이상훈(20) 이병은 지난 1월 훈련이 힘들기로 소문난 해병대에 입대했다.

”체격이 자기 형처럼 좋은 것도 아닌데 굳이 힘든 해병대를 간다고 해 처음에는 말렸습니다. 군에서 생을 마감한 용상이 생각도 났고요. 덜 힘든 곳에서도 국방의 의무를 할 수 있지 않느냐고 설득했지만 소용없더라고요.”

180㎝가 넘는 키에 체격이 좋은 장남과 달리 막내아들은 그보다 10㎝나 작았고 비쩍 말라 걱정됐다. 그러나 이달 초 훈련단 수료식에서 만난 막내아들은 장남만큼이나 멋진 군인이 돼 있었다.

”자기 큰 형이 휴가 나왔을 때 약속했다네요. 형처럼 멋진 군인이 되기 위해 꼭 해병대에 가겠다고요.”

사건 초기부터 4년째 천안함46용사유족협의회 회장을 맡고있는 이씨는 다른 유가족들과 함께 가끔 경기도 화성에 있는 장애인 요양시설을 찾아 봉사활동을 한다. 장남을 비롯한 천안함 장병들이 순직하기 전 봉사활동을 했던 곳이다.

이씨는 오는 26일에는 국립 대전현충원을 다시 찾는다. 천안함 4주기를 맞아 전사자 추모식이 열리기 때문이다. 다음 날에는 사건 현장인 백령도 해상에서 열리는 해상 위령제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이씨는 “아직도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안타깝다”며 “정부의 조사 결과를 믿고 대북 문제만큼은 국민들이 한목소리를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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