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료원 해산 조례 왜 강행 처리했나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 왜 강행 처리했나

입력 2013-06-11 00:00
업데이트 2013-06-11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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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지사 의중 작용…국정조사 김 빼기 지적도

새누리당이 다수를 차지한 경남도의회는 11일 야당 의원들의 육탄 저지 속에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를 강행 처리했다.

홍준표 지사 측은 기다렸다는 듯이 “폐업과 근로관계 청산 등 행정 절차가 이미 마무리됐고 조례 통과에 따라 법률 절차도 마무리됐다”고 선언했다.

이날 오전 새누리당 원내 대표단이 나서 여야 간 공공의료 국정조사 합의 정신을 거론하며 경남 출신 국회의원들에게 조례처리 유보를 주문했지만 홍 지사와 도의회의 강경기류를 바꾸진 못했다.

윤상현 원내 수석 부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폐업상태에서는 추후 개업신고로 진주의료원을 다시 살릴 수 있지만 해산되면 다시 살릴 수 없게 된다”며 “조례안 처리를 미뤄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경남도청 안에선 이를 두고 “당론은 아니다”는 반응이 나왔다.

당론으로 공식 요청 온 것도 없고 당론은 최고위원회의나 의총에서 결정되는 것이라며 선을 긋고 정해진 대로 가겠다는 분위기였다.

도의회 새누리당 의원들의 분위기가 강경했던 데는 물론 홍준표 지사의 의중이 가장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도의회 새누리당 의원들 사이에 ‘더는 미룰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강하게 형성됐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홍 지사로선 2월 26일 폐업 방침 발표 후 100일 이상 끌어온 사안을 더 미루면 자신의 정치적 진로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공무원들과 경찰까지 피로도가 장기간 누적된 것을 고려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김오영 도의회 의장을 만나 ‘11일에도 처리되지 않으면 더 이상 다른 지역 경찰까지 동원해 경력을 배치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지사는 내년 지방선거를 1년 남짓 앞두고 의료원 문제를 더 연장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프레임 전환’을 시도하는 분위기다.

그는 최근 간부회의에서 진주의료원 문제를 ‘과거지사’로 돌리고 직원들에겐 “조금만 더 참아달라”고 당부했다.

밀양 나노국가산업단지를 비롯해 경남이 향후 50년간 먹고 살 성장동력을 키워내는 데 주력할 것이란 점도 강조했다.

국회 본회의가 오는 13일 공공의료 국정조사 계획서를 의결하기에 앞서 김빼기를 시도했다는 지적도 있다.

공공의료 전반에 걸친 국정조사라지만 사실상 진주의료원으로 촉발된 조사여서 홍 지사 증인 신청에서 나아가 재개업을 포함한 진주의료원 문제가 집중 거론될 것이 뻔한 상황에서 논란의 여지를 미리 없앴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김오영 의장을 비롯해 새누리당 도의원들 사이에 이번 회기엔 처리하지 않을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쉽사리 되돌릴 수 없는 지경까지 갔다는 평가도 나온다.

경남도의 폐업 발표 후 수차례 곡절이 있었고 몸싸움, 등원저지, 본회의장 점거 등 과정을 거치면서 이번 회기에는 처리하기로 지난달 여야가 합의한 것을 근거로 들고 있다.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는 경남도가 3월 7일 입법예고한 뒤 도의회 상임위 예비심사가 계속 미뤄지다가 4월 12일 문화복지위에서 변칙 통과된 바 있다.

4월 18일 임시회 본회의가 열리자 민주노총과 보건노조원들이 아예 새누리당 의원들 등원을 저지했다. 그 과정에서 20명의 새누리당 의원이 노조원들과 몸싸움을 벌였고 일부는 ‘봉변’까지 당하자 우여곡절 끝에 이뤄진 잠정합의를 끝까지 거부하기도 했다.

도의회는 4월 25일 긴급 임시회를 열어 김오영 의장의 조례안 상정 후 5월 말 긴급 임시회에서 심의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또다시 거부되면서 회의는 유회됐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을 점거한 야당 의원 징계와 등원을 저지한 보건의료노조의 사과를 요구했다.

지난달 23일 열린 본회의에서는 김 의장이 도의 폐업 결정을 본 뒤 해산을 처리하자고 설득, 일부 새누리당 의원의 반발 속에 상임위 심사보고까지 마친 상태에서 6월 처리에 여야가 합의했다.

한 때 홍 지사와 대립각을 세우며 독자 행보를 하기도 했던 김 의장은 일부 같은 당 의원들로부터 비난을 받아가면서도 의회 안에서 물리적 충돌만큼은 피해야 한다며 ‘비둘기파’를 자처해왔다.

그랬던 김 의장도 이번엔 “더 이상 유보를 권할 명분이 없다. 의원들이 찬반 결정을 할 공간은 제공해야 하지 않느냐”며 필요에 따라선 질서유지권 발동도 검토할 수 있음을 내비친 바 있다.

그렇지만 진주의료원 해산이란 민감한 사안을 놓고 도의회가 전체 혹은 상임위 차원에서 현장방문이나 공청회, 토론회 등도 제대로 열어보지도 않고 경남도와 홍 지사의 논리대로 끌려다녔다는 비난은 두고두고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수년간 진주의료원의 문제점을 파악해왔고 알고 있었다지만 폐업과 해산까지 가는 것이 합당한지, 의회 차원의 독자적인 검증과 결정으로 경남도를 견제하고 평가하지 못했다는 지적 역시 오래 남을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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