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에스컬레이터 “계단이 훨씬 편했다”

한 줄 에스컬레이터 “계단이 훨씬 편했다”

입력 2012-04-13 00:00
업데이트 2012-04-13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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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길 100m 줄…지옥의 사당역 3번 출구

서울 동작구 사당동 지하철 2·4호선 사당역 3번 출구. 매일 출퇴근 시간에는 역 안으로 내려가려는 시민들이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2번 출구로 돌아가시오”
“2번 출구로 돌아가시오” 1인용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된 탓에 상습적으로 승객이 몰리기 일쑤인 지하철 사당역 3번 출구에 ‘2번 출구로 돌아가라.’는 알림판이 걸려 있다.
박지환기자 popocar@seoul.co.kr


특히 퇴근보다 출근 때는 무려 100m 가까운 줄이 만들어질 만큼 더 심각하다. 워낙 혼잡해 인근 아파트 경비원과 지하철 입구에서 무가지 신문을 내놓은 직원들이 나서서 줄 정리와 통제를 할 정도다. 12일 오전 8시도 별 차이가 없었다. 출근시간이 지난 오전 11시가 넘어서도 계속됐다.

3번 출구 앞에서 줄을 서는 이유는 1인용 에스컬레이터 때문이다. 사당역은 2호선과 4호선이 만나는 환승역일뿐더러 경기 산본, 군포, 안양, 수원, 용인 등에서 오는 경기 남부 지역 버스들의 종점지다. 또 바로 근처에는 아파트 단지가 자리 잡고 있다. 그만큼 유동인구가 많다. 그러나 3번 출구에는 계단이 없다. 1인용 에스컬레이터만 있을 뿐이다. 계단을 없앤 뒤 오르고 내리는 한줄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한 것이다. 때문에 줄을 서지 않을 수 없다.

100m 줄 선 시민들, 어떻게 된  지하철이기에…
100m 줄 선 시민들, 어떻게 된 지하철이기에… 공연장에 들어가는 줄이 아닌 출근길 지하철을 타기 위해 늘어선 줄이다. 12일 오전 서울 동작구 사당역 3번 출구 앞에서 시민들이 지하철 역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기 위해 무려 100m가량 줄을 서고 있다. 서울 메트로가 지난 2009년 3월 4억원의 예산을 들여 3번 출구의 계단을 없애고 내려가고 올라가는 1인용 에스컬레이터 1대씩을 설치한 뒤 벌어지는 진풍경이다.
박지환기자 popocar@seoul.co.kr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마련한 에스컬레이터가 지하철 고객들의 수를 고려하지 않은 탓에 오히려 불편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4억원의 예산으로 지난 2009년 3월 12일 1인용 에스컬레이터를 만들었다. 그러나 설치 이후 서울메트로, 서초구청 등에 항의가 쇄도했다.

경기 과천에 사는 회사원 박모(28)씨는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고 난 후 출근 시간이 10분이나 더 걸린다. 직장인들에게 10분이 얼마나 큰 시간인데 차라리 계단이었을 때가 편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탁상행정의 결과라는 주장이다.

서울메트로 측은 시민들의 불편함을 인정하지만 뾰족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2번 출구로 가라’는 내용의 안내 현수막만 걸어놓았다.

또 3번 출구의 통로를 넓혀 에스컬레이터를 확장하려면 도로를 건드릴 수밖에 없는 데다 지하에 15만 4000V에 이르는 전선이 매설돼 있어 불가능하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문제가 있다고 해서 에스컬레이터를 뜯어내면 중복 투자가 되기 때문에 그렇게 하기는 어렵다.”면서 “에스컬레이터를 2줄로 확대 설치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김진아·조희선기자 jin@seoul.co.kr

2012-04-1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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