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여기 있어요, 엄마가 의식을 잃었어요”

“나 여기 있어요, 엄마가 의식을 잃었어요”

입력 2011-10-04 00:00
업데이트 2011-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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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4살 소년, 침착한 911 구조요청으로 엄마 구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오후 1시 15분 미국 아이오와주 911(한국의 119)전화 수신원 매기 브로더의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선을 타고 남자 어린아이의 음성이 들어왔다. 이때부터 브로더는 그녀의 인생에서 영원히 잊을 수 없는 15분간의 전화통화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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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한국의 119)전화 수신원 매기 브로더
911(한국의 119)전화 수신원 매기 브로더
●당뇨병 쇼크로 쓰러진 엄마

“엄마가 상태가 안 좋아요.”(소년)

“엄마는 지금 어디 있니?”(브로더)

“음~엄마는 아이오와에 있어요. 아이오와가 어디 있는지 아세요?”

“그럼 알지. 너 말고 집에 다른 사람은 없니?”

“엄마가 주스 마시러 가다 쓰러졌어요.”

브로더는 짐작보다 소년의 나이가 어리다는 느낌을 갖는다. “너 몇살이니?”“4살이요.”나이를 듣고 깜짝 놀란 브로더는 이 어린이가 느닷없이 전화를 끊을까 걱정하기 시작했다. 소년이 사용하고 있는 휴대전화의 위치추적을 하려면 통화시간을 충분히 끌어야 했다. 브로더는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면서 ‘피 말리는’ 대화를 이어간다.

“얘야, 집은 무슨 색깔이니?”

“하얀 색이요.”

“대문은 무슨 색이니?”

“갈색인 거 같은데 확인해볼 게요.”

순간 브로더는 소년이 전화를 끊을까봐 기겁해서 소리쳤다.

“안 돼! 전화 끊으면 안 돼.”

“나가서 갈색인지 보고 올게요.”

“그러면 전화 끊지 말고 휴대전화를 들고 가거라.”

그 사이 휴대전화 위치가 파악됐고, 구조대가 출동했다. 브로더가 소년에게 물었다.

“사이렌 소리 들리니?”

“나쁜 아저씨가 올 거예요.”

이번엔 소년이 겁을 먹고 구조대를 피할까 걱정이 된 브로더는 “아냐, 엄마를 도와주러 오는 좋은 아저씨야.”라고 안심시켰다. 잠시후 소년이 “집 근처에 어떤 사람이 있어요.”라고 말했다. 브로더는 필사적으로 소년에게 권했다. “어서 나가서 말해. ‘여기요. 나 여기 있어요.’하고 소리쳐. 어서.”

다행히 그녀의 ‘지시’대로 구조대를 향해 애타게 외치는 소년의 음성이 들렸다. “나 여기 있어요. 나 여기 있어요. 엄마가 의식을 잃었어요~.” 그제서야 브로더는 의자 등받이로 몸을 기댔다.

●평소 911신고교육 효과 발휘

2일 공개된 이 통화내용에 대해 브로더는 미 언론에 “17년간 911 수신원으로서 수천명의 전화를 받았지만, 이 어린이만큼 침착한 신고자는 없었다.”면서 “그가 엄마의 생명을 구했다.”고 말했다. 소년의 엄마는 당뇨병 쇼크로 쓰러졌으며, 응급조치를 받고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번데일에 사는 소년은 평소 엄마로부터 911 신고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2011-10-0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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