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하극상 왜 나왔나

경찰 하극상 왜 나왔나

입력 2010-06-29 00:00
업데이트 2010-06-29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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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경찰 지휘부 항명사태를 낳은 표면적인 이유로 성과주의가 꼽히지만, 출신 및 지역 간 갈등 등 내부에 잠복했던 문제가 복합적으로 곪아 터진 것으로 해석된다. 성과주의와 관련해 경찰 내부에서는 ‘시한폭탄이 드디어 터졌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찰청은 지난해 7월부터 다달이 총 범죄건수, 5대범죄 범인검거 등 치안활동을 점수로 환산해 인사고과 등에 반영하고 있다. 경찰서별, 부서별, 개인별로 경쟁을 시켜 경찰조직 전반에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것이 도입 취지다. 이후 실적은 좋아졌다. 경기경찰청의 경우 지난해 2월부터 10월까지 강·절도 검거율이 지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7% 늘었다. 경찰서별 검거실적 차이도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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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채수창 서울 강북경찰서장이 기자회견을 갖고 경찰 조직의 ‘성과주의’를 질타하며 조현오 서울지방경찰청장과의 동반사퇴를 요구해 파문이 일고 있다.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28일 채수창 서울 강북경찰서장이 기자회견을 갖고 경찰 조직의 ‘성과주의’를 질타하며 조현오 서울지방경찰청장과의 동반사퇴를 요구해 파문이 일고 있다.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성과주의와 조현오 서울경찰청장도 뗄 수 없다. 이번 항명사태에 조 청장이 등장한 건 지휘책임과 함께 이른바 ‘조현오식 성과주의’에 대한 논란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 청장은 부산청장 시절 성과주의를 도입했고, 경기청장으로 취임한 뒤 성과주의를 본격 시행했다.

조 청장은 서울청장으로 옮긴 뒤에는 실적주의에 박차를 가했다. 성과주의의 대표주자로 여겨지는 조 청장은 경찰 실적 평가를 계량화했다. 주먹구구식이 아닌 체계적인 평가의 틀을 마련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부작용도 없지 않았다. 1개의 사건을 나눠 여러 건으로 처리하는 ‘사건 쪼개기’나 범인을 찾기 힘든 사건은 아예 보고하지 않는 ‘사건 뭉개기’ 등이 나왔다.

경찰대와 비경찰대 간 충돌이라는 고질적인 갈등구조도 이번 항명사태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번 사건의 당사장인 조 청장은 외무고시 출신이고 채 서장은 경찰대 1기생이다. 경찰은 경찰대·간부후보·고시·순경 등 다양한 채용루트가 있지만 직위가 올라갈수록 경찰대 출신이 많아지면서 인사 때마다 ‘특혜론’과 ‘차별론’이 불거졌다. 경찰청에서 승진우대제를 도입해 일정 비율의 간부를 비경찰대 출신으로 할당하는 ‘승진우대제’까지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조 청장이 유력한 차기경찰청장 후보로 꼽힌다는 점도 이번 사태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 청장이 성과주의를 내세우지만, 또 다른 유력후보인 윤재옥 경기청장은 올 초 경기청 비전선포식에서 “경기경찰이 가시적인 성과를 달성하는 데 치중한 경향이 있었음을 자성한다.”고 말하는 등 성과주의와 일정한 거리를 뒀다. 윤 청장도 경찰대 1기생이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2010-06-29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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