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하모(26·서울 송파구)씨는 11일 “등굣길 도로변에 널려 있는 은행을 밟기라도 하면 하루종일 찝찝하다.”고 말했다. 가로변에 차를 주차하는 시민들도 은행이 떨어진 곳을 지날 때면 종일 악취가 따라다닌다고 하소연한다. 일부 수종으로 편중된 가로수가 단조로운 도시를 만든다는 지적도 많다.
회사원 김애숙(36·여·서울 강남구)씨는 “외국인 친구 말을 들으니 서울의 가을은 노랗기만 해 쓸쓸한 느낌이 강하다더라.”고 전했다. 주부 유덕은(33·서울 금천구)씨는 “가을만 되면 수많은 사람들이 단풍을 보기 위해 산으로 여행을 떠나는데 단풍나무나 다른 유실수를 심으면 도심에서도 더 풍요로운 가을을 느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전체 가로수 28만여그루 가운데 약 42%(11만 6000여그루)가 은행나무다. 버즘나무(30%·8만 560여그루)가 그 다음이다. 두 수종을 합하면 전체의 70%가 넘는다. 신창섭 충북대 산림학과 교수는 “은행나무가 공해에 강하지만 다양한 꽃나무를 가로수로 활용하는 일본 등에 비하면 일부 수종의 편중 현상이 심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박원순(53)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최근 개인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과실 가로수를 심어 기초생활 수급자나 저소득층에게 분양하면 복지효과뿐 아니라 수목관리도 저절로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실제 감 주산지인 충북 영동군은 1975년부터 가로수로 감나무를 심고 있다. 가을이면 장관을 이루는 8600여그루의 감나무 가로수는 군청과 군내 노인회, 청년회 등이 관리하면서 수확, 판매한다. 벌어들인 돈은 복지사업에 활용하고 있다. 충북 충주시의 사과나무(851그루), 제주 서귀포의 귤나무(850그루)도 대표적인 지역 명물이다.
박건형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