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0개大 입학처장 반응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말(2013학년도)이면 100%의 대학이 입학사정관제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 주요 대학들이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면서 향후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대통령의 발언에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차관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수위 조절에 나서면서 한때 청와대와 교과부의 입장이 다른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지만 청와대의 진화로 일단락됐다.서울신문이 28일 서울대, 연세대, 이화여대 등 서울 시내 10개 주요대학 입학처장들과 전화인터뷰를 한 결과 “지금도 입학사정관제를 최대한 확대하고 있는데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각 대학들은 이미 2010학년도 입학전형에서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대폭 확대한 상태다. 연세대는 20명에서 609명으로, 한양대는 20명에서 660명으로, 성균관대는 50명에서 626명으로 늘려 뽑기로 했다. 현재 대부분 10% 안팎인 입학사정관제 전형비율을 2012년까지 30% 수준으로 늘리고 대학별로 교육공학과 교수를 주축으로 입학사정관 평가방법을 마련해 원하는 인재를 뽑겠다는 방침을 세워둔 상황이다.
서울대 입학관리본부 관계자는 “대통령의 발언이 서울대 입시 기본방침과 일맥상통하긴 하지만 제도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화여대 채기준 입학처장도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된 지 1년 남짓된 만큼 단점을 보완해 가면서 서서히 확대해 나가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경희대 강제상 입학관리처장은 “입학사정관 전형을 통해 선발한 학생들이 실제 잠재력이 있는지 판단하려면 6~7년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실제 입학사정관제가 점수로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잠재력을 측정한다는 취지 탓에 시행 20년이 된 미국에서도 부작용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양대 오성근 입학처장은 “규모가 작은 대학은 몰라도 모든 대학이 100% 실시하는 것은 어렵다. 입학사정관도 양성해야 하고 제도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하소연했다. 한양대는 2009학년도 입시부터 ‘한양 루브릭’이란 방법을 도입했지만 아직도 초보적인 단계라고 오 처장은 말했다.
정부 차원의 입시 준비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대 김경범 입학관리본부 연구교수는 “입학사정관제로 100% 전형한다면 기존 수능시험이나 정시·수시모집에 대한 대책이 나와야 할 것”이라면서 “각 대학 차원의 입시정책을 넘어 교육당국의 근본대책이 먼저 제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대 박상규 입학처장도 “현 상황에선 갑작스러운 변화는 무리”라면서 “공교육과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는 만큼 일선 고등학교와 연계해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민희 이재연 오달란기자 haru@seoul.co.kr
2009-07-29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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