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직 전환… 새 근로계약… 무늬만 정규직으로
제2금융권 A업체는 이달 1일 비정규직법 시행에 맞춰 근무기간 2년이 도래한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파견직으로 돌리기로 했다. 사람은 그대로 놔두고 신분만 바꿔 비정규직 해고 시점을 2년 유예함으로써 정규직 전환도 피하고 해고도 피한다는 계산이다. 비정규직(기간제 근로자)과 파견직은 적용법률이 달라 각각 2년씩 근로기간을 보장받을 수 있다.비정규직법이 시행되면서 기업들 사이에서 각종 편법들이 등장하고 있다. 정치권이 해법 없이 공방만 벌이는 통에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해고 2년 유예 가능해 선호
많은 기업들이 2년 근무한 비정규직을 파견직으로 전환하는 방식에 관심을 갖고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 중이다. 관련 문의가 노무사들에게 빗발치고 있다. 회사측은 숙련된 근로자의 해고를 피할 수 있고 근로자들은 앞으로 2년간 안정적으로 회사를 다닐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 이해가 맞아떨어진다. 이미 지난해 3월 노동부는 이 방식에 대해 “바람직하다고 할 수는 없으나 파견법을 준수하면서 파견제로 전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해석을 내린 바 있다. 단 우리나라에는 32개 업종에 대해서만 파견직을 허용하고 있다.
●대학 석사 시간강사 박사급으로
사업주와 근로기간 2년이 도래한 근로자가 기존 근로계약을 무시하고 아예 새롭게 계약을 맺어 해고를 피하기도 한다. 이 경우, 계약이 원점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근로자가 2년간 근무를 한 후 사업주가 정규직 전환이나 해고를 결정하게 돼 유예 효과가 있다. 이 역시 당사자간의 계약이므로 합의에 의해 기존 근로계약을 무효화하는 것은 문제되지 않는다는 게 노무사들의 해석이다.
대학들은 근무기간 2년이 도래한 석사급 시간강사들에게 오는 2학기에는 강의를 맡기지 않을 방침이다. 인력에 여유가 있는 S대, K대 등 서울 주요 대학들은 석사급 시간강사들을 비정규직법 적용을 받지 않는 박사급으로 대체한다는 방침이지만 지방대의 경우 재정과 인력 모집의 어려움 때문에 한 학기를 건너뛰어 기존 시간강사를 위촉하는 편법을 쓰는 경우가 많다.
●신분상 차별… 1년마다 재계약
정규직으로 전환한 후 신분상 차별을 두는 경우도 있다. 일부 기업은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정규직에게 근무기간을 1년으로 한정한 근로계약서를 해마다 작성한다는 방침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계약서를 1년마다 갱신하는 것은 임금과 복리후생을 정규직과 다르게 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회사는 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정규직으로 인정할 뿐 정규직과 다른 신분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기업들이 법망을 피해가는 사례들이 오히려 근로자의 해고를 막는 역설적인 상황”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을 법적으로 제재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2009-07-0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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