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시인 조시 “고마워요 미안해요 일어나요”

안도현 시인 조시 “고마워요 미안해요 일어나요”

입력 2009-05-29 00:00
수정 2009-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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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 노제가 열린 29일 1시 20분쯤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안도현 시인이 ‘고마워요 미안해요 일어나요’라는 제목의 추도시를 직접 낭송했다. 

 ’고 노무현 대통령 영전에 바침’이라는 부제의 이 시에서 안 시인은 “당신이 일어나야 산하가 꿈틀거려요/당신이 일어나야 동해가 출렁거려요/당신이 일어나야 한반도가 일어나요/고마워요, 미안해요, 일어나요/아아, 노무현 당신!”이라며 애도를 표시했다.

 이날 서울광장은 노 전 대통령의 장의행렬과 노제에 참여하기 위한 국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경찰은 이날 낮 12시 30분쯤 서울광장에 모인 추모객들이 약 16만명이 운집됐다고 발표했으며,노제 주최측은 50만 명 이상으로 추정했다.

 방송인 김제동이 사회를 맡은 노제 추모행사에서 가수 양희은과 윤도현밴드(YB) 안치환이 참석해 각각 ‘상록수’와 ‘후회없어’ ‘마른 잎 다시 살아와’를 불러 애도를 표했다.이어진 노제는 여는 마당,안도현· 김진경 시인의 조시,안숙선 명창의 조창,진혼무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다음은 시 전문.

 

 고마워요 미안해요 일어나요

 

 뛰어내렸어요, 당신은 무거운 권위주의 의자에서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으로

 

 뛰어내렸어요, 당신은 끝도 없는 지역주의 고압선 철탑에서

 버티다가 눈물이 되어 버티다가

 

 뛰어내렸어요, 당신은 편 가르고 삿대질하는 냉전주의 창끝에서

 깃발로 펄럭이다 찢겨진, 그리하여 끝내 허공으로 남은 사람

 

 고마워요, 노무현

 아무런 호칭 없이 노무현이라고 불러도

 우리가 바보라고 불러도 기꺼이 바보가 되어줘서 고마워요

 

 아, 그러다가 거꾸로 달리는 미친 민주주의 기관차에서

 당신은 뛰어내렸어요, 뛰어내려 으깨진 붉은 꽃잎이 되었어요

 꽃잎을 두 손으로 받아주지 못해 미안해요

 꽃잎을 두 팔뚝으로 받쳐주지 못해 미안해요

 꽃잎을 두 가슴으로 안아주지 못해 미안해요

 저 하이에나들이 밤낮으로 물어뜯은 게

 한 장의 꽃잎이었다니요!

 

 저 가증스런 낯짝의 거짓 앞에서 슬프다고 말하지 않을래요

 저 뻔뻔한 주둥이의 위선 앞에서 억울하다고 땅을 치지 않을래요

 저 무자비한 권좌의 폭력의 주먹의 불의 앞에서 소리쳐 울지 않을래요

 아아, 부디 편히 가시라는 말, 지금은 하지 않을래요

 당신한테 고맙고 미안해서 이 나라 오월의 초록은 저리 푸르잖아요

 아무도 당신을 미워하지 않잖아요

 아무도 당신을 때리지 않잖아요

 당신이 이겼어요, 당신이 마지막 승리자가 되었어요

 살아남은 우리는 당신한테 졌어요, 애초부터 이길 수 없었어요

 

 그러니 이제 일어나요, 당신

 부서진 뼈를 붙이고 맞추어 당신이 일어나야

 우리가 흐트러진 대열을 가다듬고 일어나요

 끊어진 핏줄을 한 가닥씩 이어 당신이 일어나야

 우리가 꾹꾹 눌러둔 분노를 붙잡고 일어나요

 피멍든 살을 쓰다듬으며 당신이 일어나야

 우리가 슬픔을 내던지고 두둥실 일어나요

 당신이 일어나야 산하가 꿈틀거려요

 당신이 일어나야 동해가 출렁거려요

 당신이 일어나야 한반도가 일어나요

 고마워요, 미안해요, 일어나요,

 아아, 노무현 당신!

 

 안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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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서울신문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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