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숭례문] 고건축물 구조 모른 채 물만 뿌려

[사라진 숭례문] 고건축물 구조 모른 채 물만 뿌려

이경주 기자
입력 2008-02-12 00:00
수정 2008-0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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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진압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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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1호 숭례문에 불이 난 10일 저녁 8시50분부터 끝내 붕괴된 11일 새벽 2시5분까지 ‘황당한 5시간’은 엇박자의 연속이었다. 문화재청과 소방당국의 협조체계는 없었고, 전문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허술한 불끄기가 계속됐다. 담당 소방서는 국보 1호의 건축 도면도 갖고 있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인재(人災)로 인한 작은 화재가 또 다른 인재 때문에 전소(全燒)에까지 이르렀다고 한탄했다.

국보 1호 상징성에 발화지점 못부숴

소방관 80여명과 소방차 25대가 10일 저녁 9시쯤 숭례문에 도착했을 때는 2층 내실에서만 작은 불이 목격됐다. 그러나 곧 2층 지붕으로 옮겨 붙었다. 현장 소방관들은 기와 사이에 있는 짚에 불이 붙어 기와를 해체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문화재청과 협의가 안 돼 발만 동동 굴렀다. 한 소방대원은 “화재 초기에 숭례문이 국보 1호라는 상징성 때문에 문화재청에서 (발화지점을)부수지 못하게 했다. 부수지 않고는 불을 끌 수 없었는데, 결국 이게 화재를 키웠다.”고 말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9시30분이 돼서야 현장에 도착해서 일부 훼손을 허용했다.

소방방재청 재난전략상황실은 11일 ‘숭례문 화재발생보고’에서 “초기진화시 문화재청 관계자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내에서만 화재진압을 요청했다.”고 밝히며 초기진화 실패를 문화재청에 돌렸다. 다른 보고서에서도 관리주체가 문화재청과 관리를 위탁 받은 중구청이라고 명시해 책임을 회피하는 자세를 보였다. 반면 문화재청은 브리핑에서 “문화재청은 전반적인 문화재 대책을 수립하는 곳이지 화재를 막는 곳은 아니다.”라고 발뺌했다.

“잔불” 오판… 도면없이 2시간 허비

현장의 소방관들은 10일 저녁 9시20분쯤 적심(기와와 서까래 사이에 설치된 통나무 구조물)에 붙은 불을 기와 사이에 섞여 있는 짚에 붙은 잔불로 오판했다. 이후 직접분사 방식으로 물을 쏟아 부었고 겉보기에는 초기진압에 성공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는 한옥 구조를 모르는 데서 나온 실수였다. 적심을 따라 붙은 화마는 10시40분쯤 2층 지붕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결국 11시50분에서야 기와를 들어내는 작업을 시작했다. 섣불리 뿌린 물이 얼어 진압 내내 접근할 수 없었다. 게다가 불길이 갑자기 치솟은 11시쯤에는 숭례문 현판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서울시립대 건축학과 윤명오 교수는 “소방당국이 숭례문 건축양식을 몰랐다. 지붕에 불이 옮겨 붙으면 끄기 어려운 구조다. 초기에 기와를 들어내고 구멍을 뚫었다면 전소는 막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재난관리 매뉴얼 ‘무용지물´

전문가들은 도면도 없이 고건축물의 불을 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소방방재청 화재조사팀 관계자는 “소방서에서 설계도면까지 갖출 필요는 없다.”면서 “목재가 너무 두꺼워 톱으로 자를 수도 없었고, 기와 아래에도 층이 많아 구멍을 뚫을 수 없어 화재가 커졌다.”고 말해 도면의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현재의 문화재 재난관리 매뉴얼은 상시관리인이 있는 것을 전제로 해서 만들어졌다. 숭례문처럼 야간에 사설경비업체가 관리하는 곳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김찬오(서울산업대 안전공학과 교수) 문화재관리위원은 “상시관리인의 유무, 문화재의 재난 유형 등을 고려해 세분화된 매뉴얼 마련이 시급하다.”면서 “매뉴얼에 따라 3월과 5월에 소방훈련을 하지만 접근성이 편한 곳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실제 상황에서는 별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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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2008-02-1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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