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등록’… 논술전쟁

‘묻지마 등록’… 논술전쟁

신혜원 기자
입력 2007-11-23 00:00
수정 2007-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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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치·목동 학원가 풍경

“일단 무조건 예약을 해놓고 마음에 드는 학원에 등록합니다. 그리고 또 다른 학원을 찾아 나섭니다. 도서관 여기저기에 자리 맡아 놓듯이 학원 등록을 하고 있어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수리논술학원을 운영하는 최모(42) 원장은 “수능 이후 대치동에서는 ‘논술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수시모집이 임박해 함량 미달 강사를 써도 학부모와 학생들은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논술 입시학원가를 ‘야바위판’에 비유하며 “학원 강사들이 ‘잘 가르친다.’고 말하면 학생이나 학부모는 무조건 믿는다. 강사는 패를 볼 수 있지만 학생은 절대 못 본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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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등급제가 처음 적용되는 2008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논술이 당락을 좌우하는 변수로 떠오르면서 서울시내 학원가에 ‘묻지마 등록’이 번지고 있다. 학원비가 회당 5만∼10만원에 이르지만 학부모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돈을 싸들고 다닌다. 올해 처음 시행되는 자연계 논술은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강사들의 강의에도 학생과 학부모들이 구름처럼 몰린다. 수능이 치러진 지 일주일이 지난 21일 서울 대치동, 목동, 종로 등 유명 입시학원가는 밤 10시가 넘어서도 학생들로 북적거렸다.

학부모들 돈 싸들고 좋은 학원 ‘사냥´

학생들은 “수시모집 논술 시험이 닥친 데다 수능 변별력이 떨어져 정시모집에서조차 논술이 당락을 좌우한다.”며 실낱 같은 희망을 걸며 논술 강의에 열중했다. 이런 모습을 보며 강사들조차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Y학원 김모(30) 상담실장은 “자연계 논술 강사는 거의 다 수능 강사들이 과목만 논술로 바꿔서 넘어 왔다.”면서 “뾰족한 강의 방법이 없어 모의고사나 기존 논술(비공식 수리논술)의 기출문제만 풀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 수리논술 강사는 “모 대학의 경우 모의고사 세 차례 중 처음에는 언어와 자연계 문제가 혼합된 형태였다가 뒤로 갈수록 수리과학 내용으로 출제됐다.”면서 “서울대가 처음부터 수리과학으로만 출제하니까 다른 대학들도 다 따라가는 것인데, 이러다 보니 출제경향 파악이 전혀 안 된다.”고 털어놨다.

고3 학생들은 좌절감을 토로했다. 목동의 대형 논술학원에서 부모와 함께 등록을 마치고 나온 조모(18)양은 “지난주 토요일에 성균관대 수시 전형에서 수리논술을 봤는데, 물리문제가 나왔다.”면서 “수능에서 지학, 화학, 생물을 선택했는데 막상 물리가 논술문제로 나오니까 황당했다.”며 울먹였다. 조양의 아버지(45·무역업)는 “이 학원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에 맞는 논술연구를 해왔으니까 좀 낫지 않겠냐.”면서 “집에서 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왔지만 솔직히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함량미달 강사에도 학생 북적

‘통합형 논술’로 바뀐 인문계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하다. 재수생들이 몰리는 종로의 학원가에는 ‘알면서도 속는’ 학생들의 한숨이 끊이지 않았다. 오후 2시부터 9시까지 논술 강의를 듣는다는 삼수생 이태민(20)씨는 “통합형 논술로 바뀌었다고 하는데 학원 수업 내용은 별로 바뀐 게 없다.”면서 “지난해와 비슷한 내용을 가르쳐 주고 있지만 불안해서 여기저기 다녀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수생 신상진(19)씨는 “지난해 논술을 치러 봤지만 올해부터 통합형으로 바뀌어 전혀 유리하지 않고 불안감도 마찬가지다.”면서 “재수생들이 몰리는 바람에 고3반에도 재수생들이 더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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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비웅 김정은 신혜원기자 stylist@seoul.co.kr
2007-11-23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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