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앞세워 재판도전 유감”

“여론 앞세워 재판도전 유감”

박경호 기자
입력 2005-09-24 00:00
수정 2005-09-24 10:26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최종영(66) 대법원장이 23일 퇴임식을 갖고 6년 동안의 임기를 마쳤다. 퇴임식에서 최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독립과 법치주의 확립을 거듭 강조했다.

●“법관 시류 영합 안된다”

이미지 확대
23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을 떠나는 최종영 대법원장이 직원들과 작별인사를 나누다 눈물을 닦고 있다.
23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을 떠나는 최종영 대법원장이 직원들과 작별인사를 나누다 눈물을 닦고 있다.
최 대법원장은 퇴임사를 통해 “여론이나 단체의 이름을 내세워 재판의 권위에 도전하려는 행동이 자주 생겨나고 있어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법치주의가 확립되기 위해서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사법적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대법원장은 후배 법관들을 향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그는 “법관은 자의적·주관적인 가치관, 사상을 맹종해서는 안 된다.”면서 “한때의 시류에 영합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깐깐한 원칙주의자 끝내 눈물

최 대법원장은 강력한 추진력을 지닌 까다로운 원칙주의자로 통한다. 법원행정처장으로 있을 때 예산을 “1원이라도 더 깎으라.”며 담당자들을 독촉하기도 했다.

재직 기간 내내 점심식사를 혼자 한 것으로 유명하다. 대법원 관계자는 “직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주변의 유혹을 멀리하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1961년 고등고시 13회로 법관의 길에 들어선 뒤 44년 동안 정들었던 법원을 떠난 최 대법원장은 배웅하러 나온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다 감정이 북받쳐 끝내 눈물을 참지 못했다.

최 대법원장은 당분간 별다른 일을 하지 않고 휴식을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훈 신임대법원장의 취임식은 오는 26일 열린다.

●사법개혁 청사진 제시

최 대법원장은 제자리를 맴돌던 사법개혁을 본궤도에 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표적인 업적으로는 2003년 10월 출범한 사법제도개혁위원회를 손꼽을 수 있다. 사개위가 공판중심주의를 확립하고 로스쿨과 법조일원화, 군사법제도 등 광범위한 제도 개혁작업에 착수할 수 있게 된 것도 최 대법원장의 추진력 때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의 재직기간 동안 불구속재판 원칙이 뿌리내렸고 국선변호인 제도도 더욱 개선됐다. 그는 또 법관 서열제를 폐지하고 단일호봉제를 실시했다.

반면 폐쇄적인 인사관행을 과감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최 대법원장은 2003년 8월 대법관제청 과정에서 시민추천위원회 등의 의견을 배제하고 서열관행을 따르려다 판사 159명의 집단반발에 부딪혔다.

전효숙 헌법재판관, 김영란 대법관 등 ‘최초의 여성’ 카드로 반발을 피한 뒤 대법관제청자문위원회도 설치했으나 이후 인사 때마다 보혁간의 갈등이 되풀이됐다.

최 대법원장은 재임 기간 동안 전원합의체 판례 65건을 남겼다. 지난 7월 여성의 종중원 자격을 인정한 것과 지난해 검찰조서의 증거능력을 제한한 판례도 있다.

하지만 양심적 병역거부를 유죄로 본 것이나 보안관찰 통계자료를 북한의 대남공작에 이용될 국가기밀이라고 판단한 것은 보수적인 판결로 평가된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2005-09-24 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 2026 아이치 나고야 아시안게임
  • 1 / 3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