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史 잘몰라… 대규모 행사에 당혹”

“과거史 잘몰라… 대규모 행사에 당혹”

나길회 기자
입력 2005-08-16 00:00
수정 2005-08-16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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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태극기 물결을 이룬 15일에도 서울 광화문 거리에 일본인은 있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여행이나 관광을 하려고 한국을 찾아 온 일부 일본인들에게도 8·15의 의미는 우리만큼이나 진지하게 비쳐지는 듯했다. 그러나 대다수는 과거보다는 현재나 미래가 중요하지 않으냐며 큰 뜻을 두지 않으려 했다.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일본인 마유미·야스요·유미·히데미(왼쪽) 일행과 오가사와라 가족(오른쪽).휴가차 한국을 찾은 이들은 어두웠던 과거에서 벗어나 밝은 미래를 기대하자고 했다.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일본인 마유미·야스요·유미·히데미(왼쪽) 일행과 오가사와라 가족(오른쪽).휴가차 한국을 찾은 이들은 어두웠던 과거에서 벗어나 밝은 미래를 기대하자고 했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일본 젊은이들은 사실 한·일 과거사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지 않습니다.” 회사 동료 3명과 함께 한국에 처음 왔다는 야스요(22)는 “2박3일 동안 명동에서 쇼핑하는 것이 이번 여행의 주된 목적”이라고 했다.

20대 초반의 신세대인 이들에게 한국은 광복과 일제, 역사왜곡이라는 단어보다는 ‘한류’와 ‘욘사마(배용준)의 나라’가 먼저 다가오는 것 같았다.

“욘사마는 물론이고, 곤상(권상우)도 알고 보아·세븐도 좋아해요. 덕분에 많은 일본 젊은이들은 한국을 친근하다고 느껴요.” 함께 여행 온 유미(23)가 자신있게 말했다.

이들에게 광복절 행사에 대한 느낌을 묻자 ‘두려움’과 ‘생소함’이 앞선다고 대답했다. 친구 마유미(23)도 “한국에 광복절 행사가 있다는 것은 일본을 떠나기 전부터 알았지만 이렇게 대규모인지는 몰랐다.”면서 “반일 감정에 해를 당하지 않을까 솔직히 무서운 생각도 들었지만 다행히 만나는 한국인들이 대부분 친절했다.”고 말했다.

“한국에 자주 왔지만 일본의 식민통치나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 광복절 행사를 보고는 매우 놀랐다.” 한국을 6차례나 방문했다는 야마이치(52)는 서울시청 건물 전체를 덮고 있는 태극기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고가와 오메(40)도 “일본은 한국처럼 큰 행사를 연 적이 없는데 평소 광복절에도 이런가.”라고 되물었다.

나름의 역사적 시각도 보여줬다. 다시키 다카히로(23)는 “한국 사람들은 일본에서 독립한 날이라서 그런지 매우 기쁜 것 같다.”면서 “하지만 일본의 입장에서는 히로시마에 핵폭탄이 떨어진 뒤 패전을 선언한, 많은 사람이 고통받은 날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거리에서 만난 일본인 여행객들은 대부분 한류를 통해 익힌 배우나 음식 등에 대해서는 해박했지만 어두운 과거사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는 듯했다.

하지만 일본 식민통치와 전쟁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야마나시현에서 왔다는 20대 관광객은 “교과서에서 배우지는 못했지만 학창시절 선생님으로부터 일본이 역사적으로 큰 잘못을 했다는 것을 배웠다.”면서 “과거 식민통치와 전쟁에 대해 일본은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를 떠나서라도 전쟁으로 희생된 사람들을 생각하면 오늘은 슬픈 날”이라고 덧붙였다.

가족과 함께 여름휴가차 한국을 찾은 오가사와라(55)는 “나 역시 전후세대지만 세대 사이에서 한·일간 벽이 차츰 무너져가고 있는 것을 볼 때 미래는 희망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3살인 아들은 한국 음식에 푹 빠져 있고 어머니는 한국영화 마니아”라면서 “우리같은 일반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우선 상대를 알고 배워가며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스포츠와 문화 등 일반인들이 공유할 수 있는 부분들을 늘려갈 때 한·일간의 어두운 과거사 문제도 서서히 고리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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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규 나길회기자 whoami@seoul.co.kr
2005-08-1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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