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파일’ 파문] 여론 악화에 “수습” 급선회

[‘X파일’ 파문] 여론 악화에 “수습” 급선회

입력 2005-07-26 00:00
수정 2005-07-26 07:05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삼성이 25일 이례적으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것은 ‘과거지사’이기는 하지만 도청테이프 내용이 알려지면서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반 삼성’ 여론에 큰 부담을 느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X파일’ 내용이 대부분 알려져 더 이상 공개될 부분은 없을 것으로 판단,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기 위한 방편으로도 해석된다.

삼성의 정치자금 제공은 이미 97년 대선자금 수사 등에서 한번 걸러진 내용이지만 그룹의 핵심 경영인과 오너와 인척관계이자 한때 계열사였던 신문사 사주의 은밀한 대화가 공개되면서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삼성은 지난 21일 MBC를 상대로 이학수 부회장 등이 방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낼 때만 해도 불법 도청의 ‘피해자’임을 강조했고 이후 언론보도에 대해 ‘위법방송’ 운운하며 강경하게 맞서왔다. 이같은 강경대응은 그룹 법무실에서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삼성공화국’ 논란에 나타났듯이 이번 사건도 법적 대응으로만 일관했다가는 그룹 이미지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25일 오전 8시부터 11시까지 이학수 부회장 주재로 열린 구조조정본부 팀장회의에서 격론 끝에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마침 이번 사건의 또다른 당사자인 중앙일보가 이 날짜 신문에 ‘사과사설’을 게재한 것도 맞아떨어졌다. 사과문 발표는 이건희 회장에게도 보고됐다.

삼성 관계자는 “홍석현 전 중앙일보 사장이 대선자금을 전달한 내용과 이회성씨에게 60억원을 제공했다는 부분 등은 그동안 언론보도와 검찰수사 등에서 이미 거론된 내용”이라면서 “하지만 과거에 다 나온 내용이라고만 강변하는 것은 마치 삼성이 잘못을 덮는 것처럼 비칠 수 있어 당시 상황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 다시는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은 이번 사과문 발표가 도청테이프의 내용 자체를 인정한 것과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삼성 관계자는 “MBC가 도청테이프와 별도로 보도한 안기부 ‘비밀문건’의 존재와 그 내용의 사실 여부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 없다.”면서 “문건에 나왔다는 두 사람의 대화내용 가운데는 사실과 다르거나 소문에 불과한 것도 포함됐다.”고 말했다. 반면 두 사람이 정치자금 제공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눴고 이미 과거에 보도된 대로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것 자체는 ‘포괄적’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은 이번 사과문이 이학수 부회장 개인 명의가 아니라 삼성 임직원 명의로 발표된 것에 대해 “정치자금 제공은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룹 안위’ 차원에서 이뤄진 일이며 공직자도 아닌 일개 기업인이 대국민 사과를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2005-07-26 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쿠팡 가입유지 혹은 탈퇴할 것인가?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의혹 이후 진정성 있는 사과보다는 사태 축소에 급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30~31일 국회 청문회에서 보여준 관계자들의 불성실한 태도 또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쿠팡 측은 이러한 논란에도 '탈퇴 회원은 많지 않다'고 발표했습니다. 과연 여러분은 앞으로도 쿠팡 회원을 유지하실 생각입니까?
1. 유지할 계획인다.
2. 탈퇴를 고민 중이다.
3. 이미 탈퇴했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