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듣기평가’ 서울 97개교 무효처리 사태

‘영어듣기평가’ 서울 97개교 무효처리 사태

입력 2005-04-26 00:00
수정 2005-04-26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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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문제가 사전 유출되는 바람에 서울시내 7개 교육청 97개 중학교의 영어듣기시험이 전면 무효화됐다. 같은 날 실시될 예정이었던 시험을 일부 학교에서 먼저 치르면서 문제지가 학원 등으로 유포된 게 발단이 됐다. 지난 21일 경기도 안양의 고등학교 영어듣기시험 문제 사전배포에 이어 시험관리에 잇따라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허술한 시험관리… 학생들만 골탕

서울시교육청은 25일 강남·성동·남부 등 7개 교육청 관내 97개 중학교에 지난 15일 치렀던 내신성적용 영어듣기평가를 전면 무효처리하라고 지시했다. 강남교육청 39개교, 성동교육청 18개교, 남부교육청 28개교 등이다. 문제지가 유출돼 공정한 평가가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사건은 성동교육청 관내 D중학교가 97개 학교 공통으로 지난 15일 오전 실시키로 했던 영어듣기평가를 실수로 하루 앞선 14일에 치르면서 비롯됐다. 이 때문에 ‘강남 중등영어교과 교육연구회’가 만든 문제지는 D중학교 학생들을 통해 관내 학원으로 유출됐으며 15일 예정대로 시험을 치른 학교에서는 만점자가 속출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특히 D중학교가 문제지를 전량 회수한다는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서 문제가 더욱 커졌다.

문제 유출로 만점사태가 가장 심하게 일어났던 성동교육청 관내 학교들은 자체적으로 성적을 무효처리하고 내신고사에서 영어 서술형 주관식으로 다시 시험을 보거나,2학기로 평가를 미뤘다. 이런 가운데 교육청은 시험을 본 모든 중학교들에 대해 무효화 지시 공문을 보냈다.

●문제지 회수 소홀→학원 유출

문제가 난 D중학교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처음 받은 공문에서 ‘4월14일(금) 시행’이라고 돼 있었다.”면서 “14일은 목요일이었지만, 날짜만 확인하고 학사 일정을 잡았다.”고 해명했다. 그는 “연구회측은 지난 2월 ‘4월15일(금) 시행’으로 수정해 공문을 발송했다지만 우리는 이를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D중학교 학생들로부터 문제를 넘겨받은 학원들은 다음날 다른 학교에서 영어듣기 시험이 시행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복사해 학생들에게 나눠줬다. 광진구 자양동 M학원에 다니는 김모(15·S중)군은 “학원에서 수업시간에 ‘내일 볼 영어듣기시험 문제’라고 하면서 문제지를 주었다.”면서 “다음날 실제 시험과 똑같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특히 같은 이 학원에 강남교육청 관내의 학교 학생들도 다니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강남 등 다른 교육청 관할 학교들도 뒤늦게 문제지 유출 가능성에 대한 확인에 나서는 등 파장이 확산돼 갔다.

●“교육청이 관리해야” vs “평가는 교사 자율로”

일선학교에서는 교육청 등 공공기관이 시험을 주관하지 않고, 사설 기관에서 문제지를 단체로 구입해 시험을 치르는 통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건대부중 신강식 교감은 “학생들을 위해서는 정확하고 표준화된 원어민 발음 등이 필요한데, 대부분의 학교는 이를 위해 원어민을 따로 고용하거나 잡음을 없애기 위한 녹음설비를 마련할 형편이 못된다.”면서 “교육청 등 국가기관에서 문제를 출제, 일괄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공신력도 있고 재정적인 측면에서도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하지만 교육청은 모든 평가는 학교의 자율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지난 97년까지는 16개 시도에서 같은 시험문제로 동시에 영어듣기평가를 실시했으나, 서울시의 경우 시험지 관리의 어려움 등 문제점을 제기해 98년부터 각 학교에 권한을 일임했다.”면서 “평가는 기본적으로 가르친 교사 자율에 맡겨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시교육청 차원에서 문제를 출제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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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혜 나길회기자 wisepen@seoul.co.kr
2005-04-26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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