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깍발이 판사’ 조무제대법관 새달퇴임

‘딸깍발이 판사’ 조무제대법관 새달퇴임

입력 2004-07-05 00:00
수정 2004-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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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빈의 대명사’로 불리면서 후배 법관들의 사표(師表)가 됐던 조무제(63) 대법관이 다음달 17일 퇴임식을 갖고 34년간 몸담았던 법원을 떠난다.

조 대법관에게 ‘청빈 법관’,‘딸깍발이 판사’ 등의 별명이 붙었던 것은 1993년 고위 법관 재산공개 때부터다.조 대법관은 당시 25평 아파트 한 채와 부친 명의의 예금 1000여만원 등 6434만원을 신고해 고등법원 부장판사급 이상 103명 중 최하위를 차지했다.98년 대법관 취임 때도 재산신고 액수가 7000여만원에 불과했다.연봉 1억원이 넘는 대법관을 6년 동안 마친 뒤에도 현재 재산총액은 서울시내 웬만한 아파트 한 채 값도 안되는 2억여원에 불과하다.

법조계 주변에서는 조 대법관이 재산을 모으지 못한 이유를 여러가지로 추측한다.우선 노모의 병원비로 급여의 상당액이 들어갔다는 것이다.또 재테크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도 이유다.게다가 조 대법관은 밥 한 끼도 남의 신세를 지지 않으면서 월급이나 판공비를 쪼개 어려운 직원들을 돕거나,명절 때나 부하직원,지인,아끼던 검사 등이 자리를 옮길 때 미의(微意)를 전해 왔다고 한다.

94년 부산고법 수석부장판사에서 창원지법원장으로 승진 발령됐을 때 부하직원들이 정성껏 모아 500만원을 전별금으로 전해주자 이를 법원의 도서구입비로 쾌척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조 대법관과 사시동기(4회)인 심상명 전 법무장관은 “그 친구 집에 가면 전화기와 텔레비전 등이 모두 골동품 가게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구닥다리’뿐이었다.”고 말했다.

부산 동아대 법대를 나와 70년 부산지법 판사로 임관한 이후 98년 대법관이 될 때까지 조 대법관은 경상도 지역을 떠나지 않고 지역법관을 자임해왔다.이른바 ‘향판(鄕判)’이다.

장관급 예우를 받는 대법관에게는 비서관이 배속되지만 재임 6년 동안 별도의 전속비서관을 두지 않고 홀로 업무를 수행해 왔다.퇴임후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고향에 가까운 부산으로 낙향할 것으로 알려졌다.통상 로펌의 ‘모셔가기’ 0순위 대상임에도 불구,현재로서는 변호사 개업조차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주변 인사들은 전했다.

대법원의 한 판사는 “한눈 팔지 않고 외길 인생을 묵묵히 걸어오신 훌륭한 법관들이 많이 계시지만 조 대법관처럼 외곬으로 법관의 삶을 사신 분도 드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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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2004-07-0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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