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지만 이들에겐 ‘한 길 하늘 속’도 모른다는 표현이 적당할 것 같다.‘하늘 속’을 알아내려고 애쓰는 사람들.기상청 예보관의 세계는 어떠한가.
기상 예보관들이 날씨를 예보하기 위해 컴퓨터 모니터로 기상도를 분석하며 토론하고 있다.
이종원기자 jong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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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 예보관들이 날씨를 예보하기 위해 컴퓨터 모니터로 기상도를 분석하며 토론하고 있다.
이종원기자 jongwon@
●어느날 오후3시 기상청 2층 예보실
“상층운을 보면 남쪽은 맑고 기온도 올라갔습니다.해상도 잔잔합니다.만주쪽 기압골은 체계적으로 발달하고 있습니다.”라는 총괄예보관의 말로 지난 15일 오후 기상 브리핑이 시작됐다.기상 브리핑은 예보국장,수치예보과장,원격예보관,총괄예보관,황사·위성·지진·관측 담당관등 20명이 모여서 여는 회의.전날 예보에 대한 평가와 그날 예보할 내용을 놓고 토론이 벌어진다.격론을 벌이기 일쑤고,요즘처럼 ‘이변’이라 부를 만한 극단적 기상현상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해석이 분분하다.
“강수가 새벽에 많겠다.”는 기상예보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른 참석자들의 반론이 이어진다.“기압도를 보면 아래로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새벽에 많겠다.’는 예상은 다시 검토해야 하지 않나.”“내일 아침 비는 따뜻한 기단에서 떨어져 적은 수준이다.남서쪽에서 수증기가 유입되는 낮 이후나 모레에야 비가 많을 것 같다.”“밑에서 고기압이 받치면서 기압골로 수증기가 유입되는 현상이 폭설이 왔던 지난 4일과 비슷하지 않나.”라는 지적이 이어진다.이런 토론을 거쳐 이날의 예보는 ‘흐리고 오후 한때 비’‘예상 강수량 5∼10㎜’에서 ‘흐리고 낮 한때 비’‘최대 20㎜’로 바뀌었다.
황사가 극심했던 2002년 이후 생긴 황사 담당 예보관을 맡고 있는 김승배(45)씨는 “예보하기가 정말 힘들다.지난번 폭설이 중부 지역을 강타할 때도,눈이 많이 내릴 가능성은 알았지만 어느 지역에 얼마나 올지를 예측하기는 힘들었다.”면서 “아무리 최첨단 과학을 동원해도 날씨를 정량화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기상 브리핑이 끝나면 이어 대전·강원·광주·부산·제주 지역 예보관과 화상 회의를 열어 토론을 계속한다.“기온이 내일까지는 올라가다 급격히 하강할 듯하다.예상온도를 조정해야 할 것 같다.”“낮에 강수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새벽부터 올 것 같다.시간을 당기겠다.”는 등 각 지역 예보관들의 지적이 이어진다.
●100% 확실하면 ‘예보’가 아니다
예보관들이 이렇게 토론을 거듭할 수밖에 없는 까닭은,슈퍼컴퓨터를 이용한 기후 자료를 받아도 그것을 해석하는 일은 결국 사람의 몫이기 때문이다.신호(54) 예보관은 “만약 예보에 한치의 틀림이 없다면 그건 예보가 아니라 확보일 것”이라면서 “이상 조짐이 보일 때마다 주의보를 발표하면 결국은 ‘양치기 소년’이 되고 만다.”고 안타까워했다.주의보가 맞지 않는 일이 잦으면 ‘기상청이 또 틀렸네.역시 믿을 수 없군.’하며 일기예보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이희운(52) 총괄 예보관도 “날씨를 30년 봐왔지만 볼수록 어렵다.”라며 “역시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이 총괄 예보관은 “전체 지구를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적 순환 예측은 오히려 쉽다.어려운 것은 지역 예보”라고 했다.이어 “요즘은 봄·겨울 날씨가 오락가락한다.기온도 평년보다 8∼10도 높다.이상기온이라 부를 수 있을 만큼 평소와 다른 형태를 보여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예보관들은 중부지역을 강타한 지난번 폭설에 대해 늑장 예보를 했다는 논란을 아주 부담스러워했다.심우성(50) 예보사는 “100년 만에 처음이라는 폭설인데,말이 100년이지 이제껏 없던 일”이라면서 “많이 온다고 예보했지만 어느 누가 그 정도로 많이 오리라 예상할 수 있겠느냐.”면서 어려움을 호소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
2004-03-19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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