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올여름 임기마치고 귀국예정이었다…골프·테니스즐겨”

“태영호, 올여름 임기마치고 귀국예정이었다…골프·테니스즐겨”

입력 2016-08-17 11:21
업데이트 2016-08-17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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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분있는 BBC 특파원 “당뇨병 걱정하고, 말쑥했던 영국 중산층 모습” “영국이나 미국에 망명신청할까…해피엔딩 됐으면”

16일(현지시간) 가족과 함께 제3국에 망명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진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의 태영호 공사를 만났던 영국 BBC 방송의 서울·평양 주재 특파원은 그가 올여름 평양에 복귀할 예정이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김정은 위원장의 친형 김정철이 에릭 클랩튼의 공연장을 찾았을 때 옆에서 에스코트하던 태영호 공사 [일본 TBS 방송 캡처] 연합뉴스
지난해 김정은 위원장의 친형 김정철이 에릭 클랩튼의 공연장을 찾았을 때 옆에서 에스코트하던 태영호 공사 [일본 TBS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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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에번스 특파원은 이날 ‘내 친구 탈북자’라는 제목의 글에서 태 공사가 좋아하는 런던 서부 액턴의 인도 식당에서 만나 함께 식사한 것이 마지막이라며 개인 용도 계정으로 이메일을 보냈지만, 답장은 없었다고 밝혔다.

정확히 만난 시기를 밝히지 않았지만, 당시 태 공사는 당뇨병 전증이 있다며 밥은 먹지 않고 커리만 먹었다고 에번스 특파원은 전했다.

태 공사는 임기가 끝나는 올여름 평양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며 가족과 함께 귀국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미는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에번스 특파원은 태 공사가 말쑥하고 보수적인 전형적인 영국 중산계층으로 보였고, 실제 교외 생활에도 잘 맞았다고 말했다.

태 공사는 일링 지역의 테니스 클럽을 지나다 신규 회원 모집 광고를 보고 클럽에 가입했고 열심히 활동했다.

그는 자신이 골프에 집착하는 것에 아내가 불평해 테니스를 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고 에번스 특파원은 전했다. 태 공사의 아내가 골프와 자신 중 선택을 하라거나, 골프채를 놓지않으면 평양으로 가버릴 것이라는 등의 얘기를 했었다는 말도 들었다고 에번스 특파원은 소개했다.

두 사람은 주로 가족과 건강을 화제로 대화를 나눴다.

영국에 있는 북한 외교관의 자녀는 공립학교에 다닌다며 아이들이 처음 익힌 영어는 ‘그만해’, ‘이제 그만’ 같은 교사의 말이었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에번스 특파원은 태 공사의 아들이 영국의 대학에서 평양을 세계적인 도시로 만들려면 장애인 주차 공간을 확충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공중보건경제학 학위를 받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에번스 특파원은 평양에서는 장애인용 주차장보다 자동차가 더 많이 있어야 한다며 개인적인 평가를 덧붙였다.

에번스 특파원은 북한 관리와 이야기하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태 공사는 한 번도 정권에 대한 불만이나 의심을 내비친 적이 없다며 태 공사의 망명이 사실이라면 기쁘다고 말했다.

태 공사는 여러 궂은 일도 처리했다고 에번스 특파원은 소개했다. 태 공사는 김정은 위원장의 독특한 헤어스타일이 국제사회에서 화제가 된 2014년 런던 서부 사우스일링의 한 미용실에서 김 위원장의 사진에 ‘불쾌한 날엔“’(BAD HAIR DAY)‘라는 문구를 달아 할인 행사 포스터를 만들자 직접 미용실에 찾아가 항의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친형 김정철이 런던에서 열린 에릭 클랩턴의 공연장을 찾았을 때 바로 옆에서 에스코트하는 모습이 일본 방송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에번스 특파원은 BBC의 동료 특파원이 평양에서 억류됐던 상황 등을 지적하며 ”당신이 태 공사라면 어떻게 하겠느냐“며 ”평양행 비행기를 타고 돌아가서 가혹한 처벌을 받을것인가, 아니면 가족과 함께 영국에 또는 어쩌면 미국에 망명을 신청하겠느냐“고 말했다.

에번스 특파원은 ”알 수 없지만 스파이 소설이나 영화 같은 이야기가 있을 것 같다“며 ”그가 어떤 속임수에 연루됐든 나는 그를 좋아한다. 그가 미국의 조용한 소도시에서 테니스를 치면서 만년을 보내는, 해피엔딩인 영화가 돼야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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