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붉은깃발법’ 빗대 규제개혁 강조…연일 혁신성장 행보

문대통령 ‘붉은깃발법’ 빗대 규제개혁 강조…연일 혁신성장 행보

신성은 기자
입력 2018-08-07 15:14
수정 2018-08-07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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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기 이어 은산분리, 두번째 현장방문…민감한 분야도 과감한 혁신 강조

“영국은 마차업자들을 보호하려고 붉은 깃발 법을 만들었는데, 결국 자동차 산업에서 뒤처지고 말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후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서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한 현재의 은산분리 규제를 산업혁명기 영국의 ‘붉은 깃발 법(Red Flag Act)’에 비유하면서 과감한 혁신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지난달 19일 ‘의료기기 분야 규제혁신 방안’ 발표 행사 참석에 이은 두 번째 혁신성장 현장 행보다.

의료기기 규제 완화와 은산분리 규제 완화는 찬반이 극명히 갈리는 민감한 사안으로 분류되지만, 문 대통령은 원칙을 지키는 선에서는 규제를 과감히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며 연일 혁신성장 드라이브에 나서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19세기 말 영국에 붉은 깃발 법이 있었다. 자동차 속도를 마차 속도에 맞추려고 자동차 앞에서 사람이 붉은 깃발을 흔들게 했다”며 “결국 영국의 자동차 산업은 독일과 미국에 뒤처지고 말았다. 규제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도는 새로운 산업의 가치를 키울 수도 있고 사장해버릴 수도 있다. 인터넷 전문은행도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며 “제도가 신산업 성장을 억제한다면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 은산분리라는 대원칙을 지키면서 운신의 폭을 넓혀줘야 한다”면서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처럼 문 대통령이 연일 강력한 규제개혁 메시지를 쏟아내는 데에는 한국 경제의 활력을 높이고 다가올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도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한 규제혁신은 강력한 혁신성장 정책”이라며 “핀테크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거듭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런 혁신성장이 정부의 당면 과제인 일자리 창출로도 연결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엿보인다.

문 대통령은 “혁신기술과 자본을 가진 IT 기업의 인터넷 전문은행 참여는 연구개발(R&D)과 핀테크 등 연관 산업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넷 전문은행을 대상으로 한 규제 완화가 기존의 금융기업들에 경종을 울리는 의미도 담겨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우리 금융산업의 시장구조는 기존의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굳어져 왔고, 이미 시장에 진입한 금융회사들은 경쟁과 혁신 없이도 과점적 이익을 누렸다”며 “인터넷 전문은행의 활성화는 금융권 전체의 경쟁과 혁신을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감독기관은 금융권이 자칫 기득권과 낡은 관행에 사로잡히는 일이 없도록 금융혁신과 경쟁 촉진 노력에 박차를 가해달라”라고 촉구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문 대통령이 대선 때 내놓은 금산분리 공약에서 물러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산업자본의 금융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규제 강화 등 금산분리의 원칙을 준수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아울러 은산분리 규제 완화 흐름이 은행을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시키는 등의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가 이날 국회에서 주최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의 문제점 진단 토론회’에서도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가 되는 정보통신기술 기업도 은행의 자금 수요자여서 사금고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장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그동안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우세했다.

이번 행사에 참석 요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민주당 제윤경 의원이 최종 불참한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는 이런 우려를 인식하면서도 보완책을 통해 부작용을 막아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대주주의 사금고화 등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주주의 자격을 제한하고 대주주와의 거래를 금지하는 등의 보완장치가 함께 강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 역시 전날 경제신문들과의 합동 인터뷰에서 “인터넷 전문은행 등 은산분리 원칙에 막혀 있는 규제를 풀어야 한다”며 “재벌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부분의 논의는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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