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용호 ‘자위적 권리’ 주장에 정부 “상황 맞지 않아” 반박

리용호 ‘자위적 권리’ 주장에 정부 “상황 맞지 않아” 반박

입력 2017-09-26 17:34
수정 2017-09-26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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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북한 영공 밖 미국 전투기에 대한 격추를 포함한 ‘자위적 대응권리’를 주장한 것에 대해 우리 정부가 “상황에 맞지 않다”고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26일 정례브리핑에서 리 외무상 발언에 대한 정부 입장을 묻자 “백악관 측은 선전포고를 한 바 없다고 발표했고 미국은 한반도의 평화적 비핵화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할 것이라고 백악관 프레스 브리핑에서 밝힌 바 있다”며 “리 외무상의 ‘선전포고’, ‘자위권’ 언급들은 상황과 맞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노 대변인은 그러면서 “북한은 한반도에서 긴장을 고조시키는 근본 원인이 북한 자신의 핵·미사일 도발과 위협적 언사임을 깨닫고 비핵화 대화의 길로 조속히 나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리 외무상은 25일(현지시간) 뉴욕에서 “미국이 선전포고한 이상 미국 전략폭격기들이 설사 우리 영공 계선을 채 넘어서지 않는다고 해도 임의의 시각에 쏘아 떨굴 권리를 포함해 모든 자위적 대응권리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 외무상의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3일 트위터에 “방금 북한 외무상의 유엔 연설을 들었다”며 “만약 그가 ‘리틀 로켓맨’(little rocket man·김정은)의 생각을 되 읊은 것이라면 그들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밝힌 것을 겨냥한 것이었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들과 국제법 전문가들도 리 외무상 주장이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국제법상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글을 ‘선전포고’로 보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기본적으로 현재 상황에 자국 영공 밖의 타국 비행기를 격추할 자위적 권리도 성립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기범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 주장은 실현 가능성을 떠나 국제법적, 학문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며 “일단 유엔 체제에서 선전포고라는 개념 자체가 없고, 고전적 개념을 따져도 의회나 대통령이 직접 성명을 발표한 것이 아닌 트위터 글을 선전포고로 간주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어 “영토나 영해 등 주권이 미치는 공간에 다른 국가가 군사적 움직임을 보이면 다를 수 있겠지만 지금 상황에 (북한이 주장하는) 자위권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제법에 정통한 한 전직 대사도 “리용호 외무상이 유엔헌장을 이야기했지만 유엔헌장 51조의 자위권 행사는 전면적 무력공격이 발생했을 때에 해당하는 것으로, 남의 나라 전투기가 접근해 오는 것 만으로 때린다는 것은 법적으로 상식에 맞지 않는 이야기”라며 “국제법 학자들도 자위권 행사 가능 범위를 소극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특정국가가 설정한 방공식별구역(영해와 다른 개념으로, 국가안보 목적상 자국 영공으로 접근하는 군용항공기를 조기에 식별하기 위해 설정한 임의의 선) 안에서 식별을 거부한 채 영공 쪽으로 외국 군용기 등이 진입해 들어올 경우라면 자위권 발동이 가능하다는 일부 해석도 있다. 그렇다 치더라도 이번 미군 B-1B의 비행은 그런 예외적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주권이 미치지 않는 영공 밖의 공간은 원칙적으로 타국이 비행할 수 있다”며 “단순히 비행했다가 돌아오는 것에 대해 그런 자위권이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리 외무상의 주장이 국제법에 근거하기보다는 평화 유지에 핵심적 목적을 둔 국제기구인 유엔의 장소적 특성을 빌려 미국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추가적 무력 도발의 명분을 쌓으려는 움직임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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