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떠났지만 말은 남아 있네

그는 떠났지만 말은 남아 있네

이영준 기자
이영준 기자
입력 2015-11-22 23:02
업데이트 2015-11-23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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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정신 직설화법으로 국민들에겐 카타르시스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오고야 만다.”

(1979년 국회의원에서 제명되자)

“민주화 산행에 있어 최종 고지의 200m 전방에 왔다.”

(1987년 언론 인터뷰)

“나는 박정희 정권을 타도한 사람이다. 기필코 전두환·노태우 정권을 타도할 것이다.”

(1987년 대통령 선거 직후 기자회견)

“나는 대통령인 나 자신이 솔선해야 한다는 각오 아래 오늘 나의 재산을 공개한다.”

(1993년 첫 국무회의)

“새 정부 국가 기강 확립의 대도(大道)는 첫째도 윗물 맑기요, 둘째도 윗물 맑기다.”

(1993년 국가기강확립 보고회의)

“우째 이런 일이….”

(1993년 최형우 민자당 사무총장 아들의 대입 부정에 대해)

“너무 급히 달려도 위험하지만 달리다가 멈추면 쓰러진다.”

(1993년 모범 수출업체 대표들과의 오찬)

“분노와 저항의 시대는 갔다. 투쟁이 영웅시되던 시대도 갔다.”

(1993년 서울대 졸업식 치사)

“지지율이 90%를 넘을 때는 너무 높아서 어지럽고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이제야 정상으로 돌아왔다.”

(1994년 대통령 취임 1주년 기자회견)

“로마제국은 외침이 아니라 내부 부패로 망했다.”

(1994년 인천 북구청 세무 비리 사건에 대해)

“이번 기회에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 놓겠다.”

(1995년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

“정상에 오르면 반드시 내려갈 때도 생각해야 한다.”

(1997년 LA다저스 박찬호 선수 가족 초청 오찬)

“나도 23일간 단식해 봤지만 굶으면 죽는 것은 확실하다.”

(2003년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의 단식투쟁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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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전 대통령
김영삼 전 대통령
김영삼 전 대통령은 수많은 ‘어록’을 남겼다. 정치 거목이 자신의 ‘직설 화법’을 통해 단단한 ‘저항 의식’을 담은 말들을 쏟아 내니 무시 못 할 파괴력이 더해졌다.

김 전 대통령은 1979년 헌정 사상 첫 제명 국회의원이 된 직후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오고야 만다”는 말을 남겼다. 이 말은 ‘저항’을 뜻하는 상징적 표현으로 여겨지며 정치권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널리 회자됐다.

김 전 대통령은 1990년 ‘3당 합당’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 굴로 들어간다”며 화살을 피했다. ‘큰길로 나가면 거칠 것이 없다’는 의미의 ‘대도무문’(大道無門)을 좌우명으로 삼은 김 전 대통령은 같은 해 국가기강확립 보고회의에서 “새 정부의 국가 기강 확립의 대도(大道)는 첫째도 윗물 맑기요, 둘째도 윗물 맑기다”라며 공직자들의 청렴성을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우째 이런 일이…”라는 말도 유행시켰다. 최형우 민주자유당 사무총장 아들의 대입 부정 사건이 벌어진 데 대한 김 전 대통령의 반응이었다. 진한 경상도 사투리 발음 탓에 ‘학실히(확실히)’, ‘씰데(쓸데)없는 소리’, ‘이대한(위대한) 국민 여러분’ 같은 유행어도 만들어졌다.

또 김 전 대통령은 1995년 일본 정치인의 거듭된 망언에 대해 “이번 기회에 버르장머리를 고쳐 놓겠다”고 비판하며 국민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 주기도 했으나 한·일 관계에서는 오랜 기간 그늘이 됐다. 2008년 당시 김무성 의원이 한나라당의 공천 학살로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을 때에도 김 전 대통령은 “공천 심사가 엉망이다. 버르장머리를 고쳐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1997년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당시 LA다저스 소속 박찬호 선수에게 “정상에 오르면 반드시 내려갈 때도 생각해야 한다”는 조언을 했다. 이는 정치인들에게 주는 메시지이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이 2003년 단식 농성을 벌이던 최병렬 당시 한나라당 대표를 찾아가 “나도 23일간 단식을 해 봤지만 굶으면 죽는 것은 확실하다”며 단식을 중단할 것을 종용한 일화도 유명하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2015-11-2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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