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노태우 노사분규 등 이유로 계획발표前 방미연기DJ는 2001년 9·11테러로 유엔 참석 방미일정 취소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방문 일정 연기는 전격적이었다. 전례가 없었던 데다 메르스 사태에도 불구하고 외교적 국익이 걸린 한미정상회담 일정과 관련돼 있었기 때문에 예상밖이었다는 평가들이다.박 대통령이 취임이후 공식적으로 발표된 외국 방문 일정을 연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현 시점의 방미를 놓고 찬반 양론이 있었지만 일정의 단축은 고려될 수 있지만 방미 일정 자체를 연기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한반도·동북아 정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외교·안보의 핵심축인 미국과 협의할 현안이 적지 않은데다 상대국과의 신뢰를 중시하는 박 대통령의 정상외교 패턴이 이 같은 전망을 나오게 한 이유였다.
박 대통령은 이완구 전 총리와 전·현직 비서실장 이름 등이 포함된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터졌을 때인 지난 4월에도 야권 등에서 순방 연기론이 제기됐으나 일정대로 중남미 순방을 진행했다.
특히 콜롬비아 방문 일정 추가로 박 대통령의 출국일이 세월호 참사 1주년인 4월16일로 정해지면서 야당에서 중남미 순방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으나 박 대통령은 계획대로 16일 출국했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발생 직후였던 지난해 5월 중순에도 아랍에미리트(UAE) 방문 일정을 소화했다. 당시에도 세월호 참사 수습 등의 이유로 순방 연기 요구가 있었으나 박 대통령은 일정을 단축해 UAE만 40여시간 실무 방문한 바 있다.
그런 점에서 10일 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 연기 결정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특히 양국이 공식적으로 일정을 발표한 한미 정상회담을 일주일 앞에 두고 우리 대통령이 미국 방문을 전격적으로 연기한 것도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1990년 5월 당시 노태우 대통령이 노사분규 및 경제난 등 국내 사정을 이유로 같은 달 말로 잡혀 있던 미국 방문 일정을 연기했으나 이는 노 대통령의 방미 계획이 공식적으로 발표되기 이전에 이뤄졌다.
또 2001년 9월 김대중 대통령도 미국에서 9·11 테러가 발생했을 때 같은 달 진행될 예정이었던 미국 방문을 사실상 취소했으나 이 역시 양자 방문이 아니라 유엔 방문 일정이었다.
다만 한 나라의 정상이 국내 사정을 이유로 해외 방문을 변경하는 것은 외교적으로 볼 때 많이 발생하지는 않지만 없는 일은 아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2013년 10월 아태경제협력체(APEC)와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참석 계기에 말레이시아와 필리핀, 인도네시아, 브루나이를 순방하려고 했으나 ‘연방 정부 부분 업무정지(셧다운)’로 순방 일정을 직전에 취소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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