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원장 ‘3분 사과문’엔 국정원 세부 개혁안 빠져

남 원장 ‘3분 사과문’엔 국정원 세부 개혁안 빠져

입력 2014-04-16 00:00
수정 2014-04-16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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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통감”… 거취 언급 안해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의 간첩사건 증거 조작과 관련한 대국민 사과는 단 3분짜리 사과문을 읽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남 원장은 15일 서울 서초구 국정원 본원에서 “국민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을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면서도 이번 사건을 ‘일부 직원이 저지른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거취와 관련한 언급도 하지 않아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을 전날 사표를 낸 서천호 국정원 2차장이 지는 선에서 ‘꼬리 자르기’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오전 10시 정각에 국정원 브리핑룸에 들어선 남 원장은 “일부 직원들이 증거 위조로 기소되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면서 “원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고, 뼈를 깎는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낡은 수사와 절차 혁신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강도 높은 쇄신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개혁 방향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특히 이번 사태가 발생한 이유와 구체적으로 어느 선까지 어떤 방식으로 책임을 질 것인지 등 사건의 본질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면서 “북한의 4차 핵실험 위협과 다량의 무인기 사건에 의해 우리의 방공망이 뚫린 엄중한 상황”이라며 한반도 안보상황에 대한 설명에 3분의1 이상의 시간을 할애했다.

남 원장은 “이런 엄중한 시기에 국가 안보의 중추기관인 국정원이 흔들리게 돼 참으로 비통한 마음”이라며 “국정원이 환골탈태해 새로운 기틀을 마련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기회를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한 뒤 사과문 발표를 마쳤다. 미리 적어온 사과문을 다 읽은 남 원장은 질의응답 시간을 따로 갖지 않은 채 서둘러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국정원은 간단한 질의조차 받지 않을 것이라면 전날 밤 11시에 언론사 기자단에 대국민 사과문 발표를 통보한 이유가 무엇인지 질문이 이어지자 “일문일답은 이번 자리의 성격에 맞지 않는다”며 “보도자료로 대체하려고 했으나 방송 때문에…”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날 국정원의 입장 발표는 일방적으로 성명을 읽어 내려가는 것으로 3분 만에 끝난 데다 내용이 부실해 ‘보여주기식 사과’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편 시민단체와 학계 등에서는 이번 사태와 관련한 특검 도입 요구와 함께 남 원장에 대한 사퇴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서울대 교수 44명이 소속된 서울대민주화교수협의회(서울대민교협)는 이날 “헌법과 법치주의를 송두리째 파괴했고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주도했다는 점에서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범죄행위”라며 특검 도입을 촉구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도 남 원장과 수사팀을 지휘한 윤갑근 대검찰청 강력부장 등 8명을 국가보안법상 특수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서울 서초경찰서에 고발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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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2014-04-1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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