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식판정쟁’에 냉정했다] ‘정치적 저지선’ 25% 넘어… 그의 승부 끝나지 않았다

[시민들 ‘식판정쟁’에 냉정했다] ‘정치적 저지선’ 25% 넘어… 그의 승부 끝나지 않았다

입력 2011-08-25 00:00
수정 2011-08-25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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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꿇은 오세훈… 향후 행보는

24일 치러진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투표함이 끝내 열리지 않으면서 오세훈 시장이 결국 무릎을 꿇게 됐다. 9개월간 정국을 뜨겁게 달궜던 복지 포퓰리즘 논쟁도 일단 야권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오 시장의 ‘무상급식 전쟁’은 지난해 12월 서울시의회가 친환경 무상급식 조례를 통과시키면서 본격화됐다. 오 시장은 시의회 출석을 거부하며 주민투표를 추진할 뜻을 내비쳤다. 당시만 해도 한나라당에서는 “오 시장이 무호하게 주민투표를 밀어붙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오 시장은 주민투표를 포퓰리즘과 맞서는 보수의 ‘낙동강 전선’이라고 규정지으며 전선을 넓혀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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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24일 오후 주민투표 무산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응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나고 있다.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오세훈 서울시장이 24일 오후 주민투표 무산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응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나고 있다.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오 시장은 주민투표 문제를 지난 7월 한나라당 전당대회의 핵심 이슈로 부상시킬 정도로 당을 강하게 압박해 들어갔다.

그러나 당 내부에서는 여전히 찬반 논란이 계속됐고, 유승민 최고위원 등은 “당이 퇴로를 마련해야 한다.”고까지 했다. 오 시장에겐 더 강한 자극제가 필요했고, 결국 ‘차기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유력한 대권 후보인 박근혜 전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낸 것이다.

하지만 친박 진영의 반응은 여전히 미지근했고, 오 시장은 결국 청와대와 당의 간곡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시장직’을 던져 버렸다. 국회의원 신분이던 지난 2004년 1월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2년 만에 서울시장에 당선되며 화려하게 ‘부활’한 것처럼 제2의 정치적 승부수를 띄웠지만 이번에는 통하지 않았다. 당 안팎에서는 “야당이 다수인 시의회와 잘 조율해 가며 시정을 이끌었다면 더 큰 정치인으로 도약했을 텐데, 단기적인 승부수가 결국 정치 수명을 단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렇다고 오 시장이 이번 패배로 무대 뒤로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비록 투표함 개봉 기준에는 미달했지만 투표율 25.7%는 보수층의 결속이 단단하다는 것을 방증했고, 오 시장이 ‘접착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향후 ‘보수의 아이콘’이 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셈이다. 공교롭게도 이번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는 215만 7744명으로,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오 시장이 얻은 208만 6127표보다 많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투표 보이콧에 대한 일반적인 거부감에도 불구하고 야당의 ‘나쁜 투표’ 프레임이 먹혀들었고, 이에 반발하는 보수결집 효과도 만만치 않게 나타난 투표”라고 분석했다.

오 시장이 언제 사퇴할지가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도 그가 여전히 ‘태풍의 눈’임을 짐작할 수 있다. 24일 밤 청와대와 한나라당, 오 시장 측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오 시장은 밤 9시 긴급 참모회의를 갖고 주민투표 분석과 향후 일정 등을 논의했다.

홍준표 대표 등 당 지도부는 “10월 이후에 사퇴해야 한다.”며 사퇴 시기를 최대한 늦출 것을 종용했다. 청와대도 “일단 대통령이 귀국한 뒤 상의하자.”며 신중할 것을 당부했다. 10월 1일 이전에 사퇴해 10월에 보궐선거가 치러지면 대통령의 레임덕과 직접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내 여론도 ‘10월 이후 사퇴’가 다소 높다. 당장 사퇴했다가는 서울시장직을 야당에 빼앗길 수 있고, 갓 출범한 당 지도부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즉시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한 의원은 “우리 때문에 치러지는 보궐선거인데 유불리를 따지며 시기를 조절하는 모습을 보이면 더 큰 역풍이 분다.”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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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2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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