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정쟁에 매몰된 풀뿌리 정책

또… 정쟁에 매몰된 풀뿌리 정책

입력 2010-03-24 00:00
수정 2010-03-24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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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로 70일 앞으로 다가온 6·2지방선거의 쟁점이 과도한 ‘흑백 구도’로 흘러 정책 대결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유권자들은 각 당이 내세우는 정책 가치와 후보들의 지방자치 공약에 대한 냉정한 판단 대신 여야가 설정한 구도에 따라 투표를 강요받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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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선거가 실종될 조짐은 세종시에서 비롯됐다. 대통령과 정부가 지난해 말에 꺼낸 세종시 수정안은 앞으로도 지방선거 국면을 관통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 컨설턴트 이경헌씨는 23일 “충청권은 물론 다른 지역까지도 일정 부분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기준으로 투표하는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면서 “양자 택일식 대립 구도는 모든 공약을 정치 쟁점으로 비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이 제기하는 ‘정권 심판론’은 이번 선거를 ‘이명박 대(對) 노무현’의 구도로 변질시키고 있다. 한명숙(서울), 유시민(경기), 안희정(충남), 이광재(강원), 김두관(경남) 등 야권의 유력한 광역단체장 후보가 ‘친노(親) 벨트’를 형성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민사회의 기대를 한껏 부풀렸던 야권 후보단일화 협상이 결렬 위기에 몰린 것도 “(정책과 상관없이) 내가 나서야 정권을 심판할 수 있다.”는 정략적 논리에 따른 귀결이다.

최대 승부처인 서울에서는 모든 후보들이 다음달 9일로 예정된 한명숙 전 총리의 재판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전 총리 쪽은 어떻게 서울시를 이끌 것인가보다는 재판과 선거를 통해 ‘법적·정치적 무죄’를 입증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한나라당 후보들도 공약을 가다듬기보다 스스로 한 전 총리의 대항마임을 강조하는 형국이다.

야권이 제기한 초·중등학교 무상급식은 정책 대결의 단초를 열었지만, 재원 공방과 포퓰리즘 논란 등으로 중앙 정치권의 정쟁(政爭)거리로 전락했다. 여야가 무상급식을 매개로 서로 헐뜯다 보니 일자리, 공교육, 지역내 균형발전 등 지방자치에 맞는 다른 정책들이 부각되지 못하는 역효과도 나타난다.

이번 선거는 공직선거법이 규정한 매니페스토(참공약 실천) 형식에 따라 치러지는 첫 선거다. 단체장 후보 공보물의 50%는 정책으로 채워야 하고, 공약 추진계획으로 각 사업의 목표·우선순위·이행절차·이행기한·재원조달 방안을 밝히는 선거공약서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매니페스토 실천본부 이광재 사무처장은 “후보자들의 공약이 선거 60일 전에는 나와야 체계적인 검증이 가능한데, 선거 30일 전까지도 후보가 결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지방정부의 내용을 규정할 정책 경쟁이 제대로 이뤄질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현출 국회 입법조사처 정치의회팀장은 “선거 구도에 따라 후보를 내다 보면 공천이 지연되고, 유권자들의 선택권도 제한돼 결국 정당에 따른 ‘줄 투표’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면서 “공천 기한을 법으로 정해 정책 토론이 가능한 시간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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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2010-03-2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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