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이후] 경제현안도 ‘주도권 다툼’ 소지

[5·31 이후] 경제현안도 ‘주도권 다툼’ 소지

백문일 기자
입력 2006-06-02 00:00
수정 2006-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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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 지방선거’ 뒤로 미뤘던 굵직한 각종 경제현안들이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선거 후폭풍’에 휘말릴 전망이다. 정부는 그간의 정책기조를 그대로 끌고 가겠다고 밝혔으나 사실상 당정협의에서 여당보다 야당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당장 지방자치단체의 공공요금 인상을 둘러싼 협의 상대자는 전북과 제주를 빼고는 열린우리당이 아닌 한나라당이 됐다. 국회에서의 법안 처리에도 야당이 사실상 주도권을 쥘 것으로 보인다.

박병원 재정경제부 차관은 1일 정례브리핑에서 “정부가 지방선거를 전후해 정책의 기조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선거 결과에 관계없이 예정된 정책들을 그대로 추진,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원동 재경부 경제정책국장도 이날 불교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중장기 조세개혁안 등 주요 경제 현안을 국회와 논의하게 될 것”이라면서 “경제 문제에는 그동안 여야 구분이 없었기에 야당과도 원만한 협의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다른 관계자들은 “앞으로 정책운용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면서 “특히 참여정부의 부동산 관련 정책과 양극화 해소 방안을 위한 재원 마련 등과 관련한 여야의 힘겨루기는 더욱 고조될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하반기부터 정계 개편과 대선정국의 소용돌이속에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마저 나타나면 주요 경제정책에 대한 의사결정은 경제논리가 아닌 정치논리에 좌우될 것으로 지적됐다.

중장기 조세개혁방안은 지난해 12월 발표하려다 올 2월에서, 다시 지방선거 이후로 연기됐다. 재경부 세제실 관계자는 “오는 8월에는 내년도 세제개편안을 내놓아야 하기 때문에 어차피 6∼7월 공청회는 불가피하며 이 때 중장기 조세개혁방안도 함께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검토해 온 중장기 조세개혁방안에는 소득세 등의 증세방안이 적지 않게 포함됐다. 한나라당은 선거 이전부터 증세보다 감세를 주장하면서 정부가 추진해 온 조세개혁방안에 반대를 표명, 이번에도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발표하려다 선거 뒤로 미룬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 역시 재원 마련과 연결됐다. 한나라당이 반대한 것은 아니지만 어떤 형식으로든 국민들의 세금부담이 늘어나서는 안 된다는 게 당론이다.6월 임시국회에서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의 개편을 목표로 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도 여야간 격돌이 예상된다.

참여정부의 최대 ‘화두’ 가운데 하나인 양극화 해소 방안에 여야간 시각차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린다. 정부와 여당은 사회안전망을 위한 복지예산 확대에 초점을 맞추지만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유일한 해법이며 소득 상위계층에 부담을 주는 분배 방식으로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에 재경부가 성장과 분배를 놓고 어떤 조합을 일궈낼지도 커다란 관심사다.

게다가 6월에는 굵직굵직한 경제 현안들에 대한 용역안들이 대거 쏟아진다. 산업·수출입·중소기업 등 3개 국책은행 개편안과 새만금 사업의 국토이용계획안, 농협중앙회의 신용·경제분리안, 자영업자 소득파악 방안, 중소기업 활성화방안 등 ‘정책홍수’를 이룬다.8·31 부동산 대책의 후속인 주택청약제도 개편 공청회와 외국자본 탈세를 막기 위한 조세회피지역 지정도 예정돼 있다. 무엇보다도 5일부터 협상이 시작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한나라당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정부의 경제운용은 크게 달라지거나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2006-06-0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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