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누라도 속일 수 있지만 거울 속에 비친 내 눈을 속일 수는 없다. 반드시 흑백이 가려질 것이다.”
이미지 확대
김대중(오른쪽) 전 대통령이 16일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을 찾아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있는 민주당 한화갑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닫기이미지 확대 보기
김대중(오른쪽) 전 대통령이 16일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을 찾아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있는 민주당 한화갑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 정부 시절 국정원장들인 임동원·신건씨가 15일 밤 전격 구속되자 ‘DJ죽이기’라며 거세게 반발했던 김대중(DJ) 전 대통령측은 16일 격앙된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병문안을 위해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으로 찾아온 한화갑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나는 두 국정원장을 완전히 믿는다. 지금 무리한 일을 하는 것이다. 사실이 아닌 것을 억지로 만드는 것이며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또 “국정원장이 대통령이 못하게 하는 것을 어떻게 했겠는가.”라고도 말했다.
인생무상이라는 허탈감도 표시했다. 김 전 대통령은 “대통령 그만두고 청와대 나올 때는 이제 편하게 살고 마음고생 안 하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뜻대로 안 되고 힘들게 사는 것 보니 내 인생이 그런 것 같다.”며 짐짓 비감해했다.
이날 면담은 검찰이 두 전직 국정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기 훨씬 전에 성사된 것으로, 공식적으론 올해 폐렴 증세로 두 차례나 입원했던 김 전 대통령의 안부를 묻는 자리.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병문안 자리를 빌려 현 정부를 맹렬히 성토했다. 한 대표 등은 두 전 국정원장의 구속을 거론하며 “노무현 정권에 실망한 게 한두번이 아니지만 이번 사건 처리를 보면 불공평하고 사리에도 어긋났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민주당은 최근 김 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지도부에 ‘정치적 계승자’라고 한 부분을 의식한 듯 이보다 훨신 강력한 ‘지지 발언’을 얻어내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한 대표가 “제가 비서출신인데 지금 당 대표를 하고 있다. 대통령님의 사상과 철학을 계승해서 잘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 전 대통령은 “후계자들은 그렇게 커 나가는 것 아니냐. 민주당의 길을 가라.”고 답했다.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2005-11-17 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