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씨가 이라크 테러단체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밝혀지자 정치권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여야는 23일 예정됐던 회의를 취소하거나 김씨 피살 대책회의로 주제를 바꾸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김씨 빈소가 마련된 부산에 조문단을 보냈고,이라크 추가 파병을 둘러싼 여론 향배에도 촉각을 곤두세웠다.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긴급 현안질의를 하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과 천정배 원내대표,김근태(왼쪽부터) 전 원내대표가 23일 오후 부산 의료원에 차려진 고 김선일씨 빈소를 찾아가 조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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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과 천정배 원내대표,김근태(왼쪽부터) 전 원내대표가 23일 오후 부산 의료원에 차려진 고 김선일씨 빈소를 찾아가 조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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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열린우리당은 이날 오후 예정한 중앙위원회 워크숍을 취소했다.아침에 긴급 소집된 의원총회는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일부 의원들은 김씨의 죽음을 애도하는 뜻에서 검은 넥타이를 맸으며 추도 묵념도 1분간 했다.
신기남 의장은 확대 간부회의에서 “충격과 슬픔의 날”이라면서 “우리가 노크한 것은 지옥의 문이 아니라 평화와 재건의 문이다.민간인 살해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반인륜적 범죄”라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한 천정배 원내대표는 “오늘은 애도와 긴급대책 마련을 위해 의총을 연 만큼 다른 발언은 삼가달라.”며 추가파병 재검토 확산 움직임을 차단하려는 결연한 표정이었다.김혁규 상임중앙위원은 “여·야,국민 모두 이럴 때일수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파병문제를 둘러싼 국론 분열을 경계했다.
박근혜(앞줄 오른쪽) 대표 등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23일 의원총회에 앞서 김선일씨의 명복을 비는 묵념을 하고 있다.
최해국기자 seaworl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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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앞줄 오른쪽) 대표 등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23일 의원총회에 앞서 김선일씨의 명복을 비는 묵념을 하고 있다.
최해국기자 seaworld@seoul.co.kr
●“재발방지 대책 마련하라”
한나라당도 이날 아침 8시 박근혜 대표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갖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박 대표는 이 자리에서 “무고한 민간인을 살해하는 것은 반인륜적 행위로 절대 있어서는 안된다.”며 테러 행위를 비판했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김씨 시신이 발견된 시간에 노무현 대통령이 외교통상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구출의 희망이 보인다는 보고를 받은 것은 정부가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생각하게 한다.”고 꼬집었다.
의원 총회장에서도 협상력 부재 등 정부의 안이한 대처를 비판하는 질타가 이어졌다.“정부는 협상 과정에서 도대체 누구와 만나 무슨 얘길 나눴는지 발표해야 한다.”(박진 의원),“이번 사태를 한나라당은 기존의 입장에서만 보지 말자.한·미 동맹도 중요하지만 한·중동,한·이라크 관계도 중요하다.”(권오을 의원) 등의 발언이 쏟아졌다.
한나라당은 ‘쓴소리’에서 그치지 않고 사태 수습을 위한 초당적 지원도 약속했다.이한구 정책위 의장은 “정부가 이번 사태를 수습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초당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3일 민주노동당 김혜경(가운데) 대표와 권영길(오른쪽)·최순영 의원이 부산 의료원에 마련된 고 김선일씨 빈소로 들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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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민주노동당 김혜경(가운데) 대표와 권영길(오른쪽)·최순영 의원이 부산 의료원에 마련된 고 김선일씨 빈소로 들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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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 철회를 촉구했건만”
민노당과 민주당도 충격과 비탄 속에 안이한 정부 대처를 질타했다.
이날 새벽 1시45분쯤 국회 본청에 마련된 농성장에서 비보를 듣은 민노당 천영세 의원은 “납치 이후 목이 메도록 파병 철회를 촉구했건만 이런 불행한 사태가 오고 말았다.”면서 “정부와 공전 중인 국회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민주당 한화갑 대표는 “오늘이라도 당장 국회를 열어 대정부 질의를 해야 하고,외교부 장관도 국민이 피살된 데 대해 사과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갑 박정경기자
eagleduo@seoul.co.kr˝
2004-06-2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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