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4만명’ 하동에 병원급 의료기관이 없다 [대한민국 인구시계 ‘소멸 5분전’]

‘인구 4만명’ 하동에 병원급 의료기관이 없다 [대한민국 인구시계 ‘소멸 5분전’]

이창언 기자
이창언 기자
입력 2024-06-25 04:20
수정 2024-06-25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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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도권 열악한 의료 환경

하동군민, 30분 내 응급실 못 가
보건의료원 건립마저 ‘지지부진’
“공공의대·지역의사제 도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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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6일 하승철 경남 하동군수가 보건의료원 설계비를 전액 삭감한 하동군의회를 규탄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서울신문DB
지난 4월 26일 하승철 경남 하동군수가 보건의료원 설계비를 전액 삭감한 하동군의회를 규탄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서울신문DB
지난 4월 26일 경남 하동군 하동군의회 앞.

하승철 하동군수가 ‘보건의료원 실시 설계비 전액 삭감’을 결정한 군의회를 규탄하기 위해 1인 시위를 벌였다. 삭감 결정을 주도한 군의원들을 향해 그는 “군민의 숙원이자 아픈 사람들의 절규가 담긴 보건의료원 설립을 왜 반대하는지 이유를 듣고 싶다”고 외쳤다.

하동군은 하동읍 보건소 부지 1만 1720㎡에 2026년 완공을 목표로 보건의료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지하 1층·지상 3층 총면적 6700㎡, 병상 50개 이내, 10개 진료과 규모로 사업비는 360억원이다.

보건의료원 건립 계획은 취약한 지역의료 환경에서 기인했다. 인구수가 4만 1000여명인 하동군에는 병원급(2차) 의료기관이 없다. 응급실을 30분 안에 이용할 수 있는 군민 비율은 고작 2.5%다. 전국 평균 71.7%나 경남 평균 61.1%와 비교하기에도 민망한 수준이다. 60분 이내에 30개 이상 병상을 갖춘 병원을 이용할 수 있는 비율도 34.9%에 불과하다. 2022년 기준 하동군민 연간 의료비 지출액 1288억원 중 973억원은 다른 지역에서 쓴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군은 올해 보건의료원 건립을 본격화해 이를 해결하고자 했지만 군의회에서 발목이 잡혔다. 군의회는 타당성 용역 결과에 따른 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설계비 승인을 요청한 점 등을 들어 실시 설계비 13억 390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군의회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다. ‘자칫 돈 먹는 하마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비수도권 지역의 열악한 의료 인프라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5월 한국행정연구원이 공개한 ‘증거기반 지역의료 활성화를 위한 지역 내 의료자원과 환자입원행태 분석’을 보면 수도권과 비수도권 의료 인력의 격차는 매우 컸다.

2022년 기준 서울 지역 의사 수는 3만 2704명으로 인구 1000명당 의사 3.47명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7개 광역단체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서울 다음으로는 대구·광주(각 2.62명), 대전(2.61명), 부산(2.52명), 전북(2.09명) 순이었다. 반면 세종(1.29명), 경북(1.39명), 충남(1.53명) 등 대다수 비수도권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1명대에 그쳤다.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등 필수의료 분야 의사 수 역시 지역별 편차가 컸다. 서울은 1만 204명에 달했지만 세종(234명), 제주(439명) 등은 1000명도 되지 않았다.

치료가능 사망률(의료적 지식과 기술을 토대로 치료가 효과적으로 이뤄졌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수 있는 조기 사망)을 봐도 상황은 유사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밝힌 ‘치료가능 사망률 현황’을 보면 2021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전국 17개 시도별 치료가능 사망률 상위 5곳은 인천(51.5명), 강원(49.6명), 경남(47.3명), 부산(46.9명), 충북(46.4명)이었다. 반대로 하위 5곳은 서울(38.6명), 대전(39.2명), 제주(41.1명), 경기(42.3명), 세종(42.4명) 순이었다.

의료 공급·이용 불균형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일부 지자체는 보건의료원 설립으로 해결책을 강구하고 있다. 다만 적자 운영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을 볼 때 건립 사업은 지역 내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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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행정연구원은 “지역 내 의사 인력 확보를 위해서는 공공의대 설립과 지역의사제 도입, 시니어 의사 활용과 의료수가 개선 등 대책이 필요하다”며 “의사 개인 역량 강화는 지속적인 치료 경험과 연구를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는 만큼 높은 수준의 연구와 치료가 가능한 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 건립이 추진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2024-06-2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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