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혜리 기자의 미술관 기행] 모네·고갱·피카소… 유럽을 모은 마쓰카타

[함혜리 기자의 미술관 기행] 모네·고갱·피카소… 유럽을 모은 마쓰카타

함혜리 기자
입력 2016-07-01 17:36
수정 2016-07-01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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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국립서양미술관

일본 최초의 현대식 공원으로 조성된 도쿄의 우에노 공원은 벚꽃 시즌의 인기 관광지로 꼽힌다. 오래 된 나무들이 안정되게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이곳에는 넓은 호수와 판다로 유명한 동물원 외에 미술관과 박물관, 음악당 등 문화 공간들이 밀집해 있는 ‘우에노 문화지역’으로 도쿄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다. 공원에 들어서면 오른편에 국립서양미술관(國立西洋美術館)이 있다. 모더니즘 건축의 거장 르코르뷔지에(1887~1965)가 생전에 완성한 유일한 미술관 건축으로 1959년 6월 완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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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국립서양미술관은 모더니즘 건축의 거장 르코르뷔지에가 생전에 완성한 유일한 미술관 건축물로 르코르뷔지에 특유의 구조를 지니고 있다.
도쿄 국립서양미술관은 모더니즘 건축의 거장 르코르뷔지에가 생전에 완성한 유일한 미술관 건축물로 르코르뷔지에 특유의 구조를 지니고 있다.
●프랑스 보관 ‘마쓰카타 컬렉션’ 370점 1959년 반환

일본은 메이지유신을 통해 서구의 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근대식 교양교육의 상징이던 유럽 회화, 특히 인상파와 후기 인상파 작품을 유난하게 좋아해서 많은 일본 자본가들은 20세기 초 유럽 현지에서 작품을 사 모았다. 대표적인 인물이 가와사키 중공업의 전신인 가와사키 조선소 대표이사였던 마쓰카타 고지로(1865~1950)다. 국립서양미술관이 상설 전시하고 있는 걸작들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마쓰카타 컬렉션’을 만든 주인공이다.

메이지시대 정치가의 아들로 태어나 예일대학과 소르본대학에서 수학한 마쓰카타는 1916년부터 1923년까지 프랑스와 영국, 독일 등지에서 유럽미술품과 공예품, 유럽의 일본 열풍으로 유럽으로 흘러 들어간 우키요에(목판 풍속화) 작품을 수집했다. 도쿄에 서양미술을 보여 주는 미술관을 세우기 위해서였다. 프랑스 정부가 국립장식미술관 문으로 쓰기 위해 로댕에게 주문했다가 계약 파기로 석고 상태로 방치돼 있던 ‘지옥의 문’을 브론즈로 주조하는 비용을 부담하기도 했다.

하지만 1927년 세계 대공황 여파로 가와사키 조선이 파산하자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부채를 정리하기 위해 사재를 내놓게 되면서 일본에서 담보로 잡혔던 작품들은 여기저기로 팔려 나갔다. 런던 수장고에 보관하던 작품은 1939년 화재로 소실됐고, 프랑스에 보관하던 작품 400여점은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전범국 국민으로서 책임을 물어 프랑스 정부에 귀속됐다. 일본 정부가 개인의 재산이라는 이유로 1951년부터 반환 노력을 펼친 끝에 1959년 반환이 결정됐다. 프랑스 정부는 고흐의 ‘아를의 침실’ 등 주요 작품 몇 점을 제외하는 한편 나머지 작품들도 공공을 위한 미술관에 공개한다는 조건하에 ‘기증 반환’했다. 회화 196점, 소묘 80점, 판화 26점, 조각 63점, 서적 5점 등 총 370점이 이때 일본으로 돌아왔다.

●모더니즘 건축의 거장 르코르뷔지에 설계

일본 정부는 이미 사망한 소유주를 대신해 모더니즘 건축의 거장 르코르뷔지에에게 도쿄의 우에노 공원 내에 환수 작품들을 전시할 미술관 설계를 의뢰했다. 르코르뷔지에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미스 반 데어 로에와 함께 근대 건축의 3대 거장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르코르뷔지에의 단일 건물은 파리 근교 프아시에 있는 빌라 사부아에서 보듯이 평평한 지붕을 가진 정방형의 건축물이 필로티(건물 하단부에 기둥을 세워 텅 비게 하는 구조)로 지탱하는 것이 특징이다. 철근 콘크리트 구조로 된 지상 3층, 지하 1층의 국립서양미술관 건물도 필로티로 지탱한 개방적인 공간과 나선형 복도, 자연 채광을 이용한 건축양식 등 곳곳에 르코르뷔지에의 개성이 녹아 있다. 정방형의 건축물을 필로티로 들어 올리고 그 하부의 입구로 들어가면 중앙홀에 이른다. 높은 천장에 삼각형 창문을 만들어 자연광이 들어오는 중앙홀을 지나 지그재그로 난 경사로를 따라서 2층 전시공간에 이르도록 하는 구조다. 르코르뷔지에는 평면과 단면의 모든 요소에 특유의 ‘모뒬로르’의 치수를 적용했다. 천장이 낮은 경우 유럽 성인 남자가 손을 뻗는 높이(2.26m)로 하고, 높은 경우엔 그 두 배, 더 높으면 그 세 배로 했다.

●日 국가 문화재 지정… 세계문화유산 등재 노력

일본 정부는 르코르뷔지에의 건물을 세계 유산으로 지정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1998년 건물 전체를 지반에서 분리해 지진의 진동에도 피해를 입지 않도록 본관 건물에 대규모 면진 장치를 설치했고 2007년 일본 국가중요문화재로 지정했다. NHK 보도에 따르면 유네스코 자문·심사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가 이 미술관의 가치를 인정해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권고한 상태다. 중앙홀의 한 구석에는 미술관의 역사와 건설 당시의 미술관 모습, 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노력들을 알리는 홍보물이 전시돼 있다.

미술관 본관의 1층과 2층이 상설전 공간이고, 지하는 기획전시 공간이다. 국립서양미술관에서는 쿠르베, 세잔, 마네, 모네, 르누아르, 반 고흐, 폴 고갱 등의 원화를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다. 소장 작품 중 모네의 1916년작 ‘수련’은 마쓰카타가 모네의 지베르니 작업실을 직접 방문해 1922년 작가로부터 구입한 작품으로 프랑스 정부에 몰수됐다가 1959년 일본에 돌아왔다. 지오토, 루벤스 등 중세 후기 작품에서 18세기 말까지의 성서를 주제로 한 종교화도 훌륭한 것이 꽤 많다. 이 밖에 피카소, 미로, 뒤뷔페, 폴록 등 20세기 후반의 현대미술까지 서양미술 전반을 아우르는 컬렉션을 자랑한다. 회화 외에 조각, 소묘, 판화 작품 컬렉션도 알차고 기획전도 매우 수준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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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lotus@seoul.co.kr
2016-07-02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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