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계高, 학교라는 이름의 용역업체

직업계高, 학교라는 이름의 용역업체

홍인기 기자
입력 2019-06-16 22:20
수정 2019-06-17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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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산재신청 43명… 안전불감 여전

“학교로 돌아오면 투명인간 취급 당해”
학생들 부당한 대우 받고도 속앓이만


연간 약 2만여명의 직업계고(특성화고·마이스터고) 3학년생들이 졸업 전 공장 등에서 직무를 익히는 ‘현장실습’에 참여하는 가운데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고졸 취업자수를 늘리기 위한 ‘선취업 후진학’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에 앞서 10대들이 일하는 노동 현장의 안전부터 챙겨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신문이 16일 여영국 정의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6~2018년) 현장실습 중 다쳤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한 고3 학생은 모두 43명이었다. 34명은 승인받았고, 9명은 받지 못했다. 직업계고 학생들은 공식 통계에 잡힌 부상자수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주장한다. 현장실습 사업장에서 바로 조기 취업하는 사례가 많아서 다쳐도 산재 신청을 꺼리기 때문이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실제 산재 중 21~42%가량이 은폐된다.

18살에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직업계고 학생들은 현장실습 중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다쳐도 학교로 돌아가기 어렵다. 이은아 특성화고졸업생노조 위원장은 “현장실습에서 겪는 문제를 학교에 이야기하면 ‘그런 것도 못 버티냐’는 답만 돌아온다”며 “학교로 돌아오면 투명인간 취급을 당한다”고 말했다.

맹목적인 대학 진학 대신 고졸 채용을 권장하면서도 우리 사회는 고졸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오히려 심화시키고 있다. 서울신문이 입수한 서울시교육청의 현장실습 및 취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서울지역 특성화고 졸업생 중 취업자의 평균 급여는 2018년 기준 연봉 1535만원이다. 월 100만원 조금 넘게 버는 셈이다.

평균 연봉은 2016년 1786만원, 2017년 1861만원보다 오히려 줄었다. 2년 전 특성화고를 졸업한 이상민(21·가명)씨는 “직업계고는 고등학교라는 이름으로 값싸게 노동력을 제공하는 용역업체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고교생이 현장실습을 하다가 다치면 이 학생의 남은 인생도 문제지만 산업현장 전반에 대한 불안과 불신을 심어줄 수 있다”면서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현장 안전에 대한 규제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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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2019-06-1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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