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지 약물 도입, 장관직 걸 각오로 임기 안에 추진할 것”

“임신중지 약물 도입, 장관직 걸 각오로 임기 안에 추진할 것”

김우진 기자
입력 2026-06-22 18:10
수정 2026-06-22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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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 인터뷰

“안전성 검증 안 된 불법 약물 위협”
낙태죄 폐지 8년째 후속 입법 방치
WHO 필수 약품… 100개국서 사용
여성 건강권 위협에 더는 못 미뤄
“고용평등공시제는 인재 유치 기회”
500인 이상 기업보다 더 확대돼야
임금 공개 땐 평등 증진 논의될 것
계약서에 없는 성과급도 반영할 것
“젠더폭력 피해자 ‘사망검토제’ 도입”
피해자 사망에 이른 과정 살핀 뒤
국가 차원에서 제도와 정책 개선
법률만능주의보단 교육 우선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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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하며 고용평등공시제, 젠더폭력, 촉법소년 상한 연령 등 현안에 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원 장관은 특히 임신중지 약물에 대해 “여성의 안전과 건강권을 위해 미룰 수 없는 문제”라며 임기 내 도입을 약속했다. 홍윤기 기자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하며 고용평등공시제, 젠더폭력, 촉법소년 상한 연령 등 현안에 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원 장관은 특히 임신중지 약물에 대해 “여성의 안전과 건강권을 위해 미룰 수 없는 문제”라며 임기 내 도입을 약속했다.
홍윤기 기자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국내 임신중지 약물 도입과 관련해 “직을 걸겠다는 각오로 임기 내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임신중지 약물 도입을 둘러싼 입법 논의가 본격화할지 주목된다.

원 장관은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여성들이 가짜인지 진짜인지 모를 약을 먹으며 자신의 몸을 위험에 맡기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임신중지 약물 도입은 현 정부 국정과제다. 임신중지 약물은 임신 10주 이내 초기 단계에서 쓰는 의약품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2005년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했다. 100여개국에서 사용되지만 국내에서는 수년째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 허가를 받지 못했다.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7년이 지났지만 후속 입법은 공백 상태다. 입법 공백이 이어지는 사이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해외 직구·불법 유통 약물이 퍼지면서 여성의 건강권과 자기결정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게 원 장관의 진단이다.

원 장관은 여성의 건강권뿐 아니라 노동시장에서의 권리 보장 필요성도 강조했다. 내년 도입을 목표로 법제화가 추진 중인 고용평등공시제가 실효성을 거두려면 대상이 50~100인 기업까지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현 단계보다 확대돼야 한다”고 밝혔다. 고용평등공시제는 공공기관·지방공사·지방공단과 500인 이상 기업의 남녀 임금 격차, 기업명 등을 공개하는 방향으로 입법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최근 발생한 광주 여고생 살해 사건 등 젠더폭력 대응과 관련해서는 피해자가 사망에 이른 과정을 국가 차원에서 되짚는 ‘여성 사망검토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소년범 교화·보호 인프라 개선 필요성에 대해서도 “어느 한 부처만 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에 함께 논의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범부처 태스크포스(TF) 구성 가능성을 내비쳤다. 다음은 원 장관과의 일문일답.

-임신중지 약물 도입의 핵심 쟁점은.

“임신중지 가능 주수와 약물 사용 범위 등이 계속 쟁점이 되고 있다. 그사이 여성들은 어떤 약을 먹는지도 모른 채 복용하고 있다. 가짜 약인지 진짜 약인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거의 모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의 안전과 건강권을 생각하면 더는 미룰 수 없는 문제다.”

-장관 임기 내 도입할 수 있나.

“직을 걸겠다는 각오로 임기 내에 추진하겠다. 국회 성평등가족위와 보건복지위, 법제사법위원회 등 관련 상임위와 정부가 긴밀하게 논의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합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고용평등공시제가 500인 이상 기업 공개에 그치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50~100인 기업까지 넓혀야 하나.

“현 단계보다 확대돼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 다만 처음부터 대상을 크게 넓히기는 어렵다. 기업들을 설득하고 민간의 자율적 움직임도 기대하면서 확산해 가려 한다. 임금이 공개되면 조직 내부에서 남녀 임금 격차를 살펴보고 평등을 증진하는 논의가 이뤄질 것이다. 임금 격차가 있는 기업은 개선 계획도 밝혀야 한다. 자발적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전문기관 컨설팅을 지원하고 우수 기업에는 인센티브도 제공하겠다.”

-성과급도 고용평등공시제에 포함되나.

“현재 적극적 고용개선조치(AA)제도에도 남녀 보수총액 내에 성과급이 포함되어 있으며 공시제에도 그대로 반영하려고 한다. 성과급은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고 매년 달라져 (포함되지 않을 경우) 또 다른 보이지 않는 격차를 만들 수 있다. 다만 추가적으로 더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는지는 살펴보고 있다.”

-광주 여고생 사건 같은 비극을 막을 대책은.

“가해자와 교제를 거부한 첫 번째 피해자는 스토킹 신고 후 다른 도시로 이주했다. 공권력의 도움을 신뢰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두 번째 피해자가 살해됐다. 신고 즉시 가해자를 체포하는 등 즉각적 조치가 가능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다만 법률만능주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결국 ‘타인과의 관계 맺기’ 교육부터 새로 시작해야 한다. 거절이 나에 대한 부정이 아니라 ‘나와 맞지 않는 것’이라는 존중의 개념을 배우는 성평등 교육이 이뤄져야 근본적 해결로 나아갈 수 있다.”

-젠더폭력 대응 시스템도 점검해야 하나.

“여성 살해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짚어보는 ‘사망검토제’를 도입하려 한다. 젠더폭력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고 이를 토대로 제도와 정책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젠더폭력으로 가족을 잃은 이들에 대한 지원책도 새로 마련해야 한다.”

-촉법소년 상한연령 권고안은 언제 결론 나나.

“국무회의 보고 시점은 한 달 이내로 보고 있다. 어떤 결론이 날지는 미정이나, 정부는 공론화 내용을 최대한 존중할 것이다. 향후 마련할 개선 방안에는 소년 교화·보호 시설과 인력, 예산 개선안도 구체적으로 담겨야 한다. 어느 한 부처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함께 논의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세줄 요약
  • 임신중지 약물 도입, 임기 내 추진 의지
  • 불법 유통 약물 확산, 여성 건강권 위협
  • 고용평등공시제 확대와 사망검토제 검토
2026-06-23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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